문학이란 무엇인가

이광수뎐 4-여자의 일생

torana3 2016. 8. 26. 08:20

오랜만에 변 할머니와 수다 합니다.

시작은 이랬습니다.

저: 박군 할아버지랑 결혼 했으면 어떠셨을까요?

할머니는 소위 청상과부 이십니다.  제 철없는 질문은  놓친 다른 운명에 대한 미련이 혹 있으셨을까는 의미입니다. 

춘원 선생님은 은근히 둘이 맺어 지기를 원하셨다고 하셨고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대목이 수필집 돌베게에 자주 등장합니다.

할머니 펄쩍 뛰십니다. 나는 그 때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공부 하는 것이 좋아서 선생님 집에 들락거렸지,

그 사람 얼굴도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할머니는 무남독녀 셨습니다.

혼자서 공부를 많이 하신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학교에서 조선어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따로 학생들을 모아 공부를 시키셨답니다.

법이 없어도 살, 점잖기 이를 데없는 천상 선비로, 돌베게에 이분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춘원이 사릉으로 낙향 했을 때 당신의 딸을 그분에게 보내어 공부를 가르쳐 주시기를 청할 만큼,

여자아이를 차별하지 않고 귀히 여기는 생각이 앞서나가는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과년 하여 충청도 부농의 집으로 시집을 갔는데 본처인 신랑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두었으며

시골에서 부모를 모시고 살고 시아버지는 서울에서 후처랑 살고 소생은 없었답니다.

그 후처가 9살 위였는데 육촌 언니와 친구라 중매를 했었답니다.

야무지고 똘똘한 변할머니는 시아버지가 아끼는 바람에 새어머니의 질투를 받았고

고향의  온순한 시어머니에게도 극진해서 두루 사랑을 받았답니다.


6.25 전쟁이 나고 시아버지는 이북으로 끌려 갔으며 서울대 다니던 똑똑한 시동생이 학교에서 돌아 오지 않아 소식이 끊겼답니다.

부산 피난 시절 남편은 병을 얻어 죽고 그후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갓난 아들을 키우고

나중에는 친정의 부모까지 다 모시는 가장으로 살았기 때문에 재혼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답니다.


- 무슨 돈으로 사셨어요,

안해 본 것 없어, 이태원 양색시 들에게 미제 물건 받아 다가 팔기도 했지.

그때 서울 시내 내놓라 하는 집 사모님들이 다 단골이었어.

나는 장사는 1할 만 이익을 취하는 거라 생각 해서 절대 그 이상은 붙이지도 않았고

어떤 부인이 다이아 반지를 팔아 달랬는데 내가 일이생겨 한달이나 그집에 가지 못하니 사람들이 반지 챙겨 도망갔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 부인이  절대 그럴사람 아니다고 했고 내가 다시 갔을 때는 신임이 더 커졌지.


시아버지의 후처는 자식이 없어 딸하나 입양해서 키웠는데 그 후 여러번 재혼 했다고 들었고 소식은 끊겼지.

사람들은 나에게도 재혼을 권했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어

우선 시어머니가 너무나 애틋해서 내 친정 부모보다 더 정이 들었어

 아들은 학교다니면서 운동을 했고 그것으로 학교에 취직해서 살게 되었고,

양가 부모님 다 돌아 가시고 나서는  고향에서 교회다니고 동네일을 많이 해서 내가 떠나 올 때 목사님은 송별회의 인삿말도 다 잇지 못하고 우셨어.


나 참 기구한 팔자지..

- 할머니는 어려운 일이 많으셨지만 그 시절에 어떤 여자도 해 볼 수 없는 일을 다하셨어요, 멋진 삶이셨죠

'춘원 선생님은 날 더러 소설을 써보라고 하셨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쓰느냐고 투정하니까

네가 살아가는 것을 그대로 쓰면 그게 소설이야하셨어 책 한 권을 주면서 그것을 다 베끼라고 했는데,그것은 열심히 했어

건강 할 때는 소일 삼아 종로에 있는 일본 문화원에 가서 매주 책 빌려 보고 지냈어'

 저를 보고 배시시 웃으시며 긍정하십니다.


삶이 평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주체적이며 남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것을 그저 쓰기 시작하는 것이 소설이 될 수 있다는 대 문호 춘원 선생의 가르침을

건너 서 듣게 되네요... 함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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