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원의 일생 그 자체를 조망 해보면 20세기 전반 동아시아 한 가운데서 만난 고래의 행적 그 자체이다. 문학은 물론, 삶과 사고의 흔적이 고래의 모습과 비견 된다...
느리지만 빠르, 이성을 넘어 잠재의식 속에 숨겨진 자아에 밀어 닥치는 신비하고도 신성한 모습이다.더하거나 뺄 부분이 없다. 고래의 움직임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유민호 ,월간중앙 -
춘원 이광수의 사릉 생활을 쓴 수필집, 돌베게를 읽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던 대 예술가가, 세속간의 풍파에 휩쓸려 고초를 겪다가 1944년
자신의 소설 단종애사의 인물인 단종비 정순 왕후의 묘지가 있는 사릉에 집을 구입하여 그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산천과 초목 , 길가의 풀한포기, 날씨와 촌로, 소 강아지, 제비 등 미물들도 그의 인격에 흡수되어 새로운 생명으로 창조 됩니다.
그는 청년 하나를 데리고 본격적인 농사 짓기를 실천 합니다.
" 사릉에서 농사를 짓는다 하여 동대문 밖 우시장에서 소 한마리를 산 것이 ...
소를 살리, 말리 하면서 우리내외는 두달이나 의논도 하고 다투기도 ...
십만원 어치도 못되는 농토를 갈겠다고육만원 짜리 소를 산다는 것은...
소란 네발을 가지고 두 뿔을 가졌으므로 잡아 먹으면 맛이 있다는 것 밖에 모르는 우리는...
"' 속을 심대고 사자 아무리 속기로니 소대신 개가 오랴
소 장날이 왔다 하나는 내 아내, 하나는 나와 농사를 짓는 박군, 내동서... 그중에서 쇠고삐를 한번이라도 잡아 본 것은 박군 뿐인데, 이이도 삼십이 넘도록 책만 보던 패요, 내동서는 돌구멍안에서 나서 남으로는 한강, 북으로는 모악재 까지 못 나가보고 환갑을 넘긴 노인이다, 나의 아내는 뿔이 있고 없는 것으로 소와 말을 구별하는 위인이다....소를 입도 벌려보고 걸음도 걸려 보는 것은 박군의 할 일이어나와 무론 자신은 없고 박서방은 허위대와 소묘리를 잘 아는 것으로 거간과 소장수를 위협하는 것이 소임이었다"
이렇게 소를 사서 짚신을 신겨 사십리를 걸어 사릉 집 까지 옵니다. 동네 사람들은 죄 한마디씩 참견을 합니다.
대개 흠을 잡는 것으로 흉을 보는데, 춘원과 박군은 그 흉이 소의 귀에 들어 갈새라 애지 중지 잘 먹이는데
어느날 한 노인이 이소가 입이 검어 귀한종이라 칭찬하고 춘원은 그 소의 과거에 대한 상상을 하면서 더욱 연민하여 잘 키워
남보기 좋고 일도 잘하여 결국 동네 사람들이 빌려다 쓰기 까지 됩니다.
이 소에 대한 우정과 감정의 이입이 글에 자주 보입니다.
그 과정이 어찌나 리얼하고 눈물겹게 공감 되는지, 춘원의 말대로 소 흑순(검은 입)이는 " 반야바라밀을 닦고 있는 수도자"로 믿어 집니다.
( 여름의 유머 라는 제목의 글 입니다.)
"...거기에는 무서운 분노와 저주가 있다.( 달라드는 모기 파리에 대해 참다가 터뜨리는 광폭한 행동의 희극적 묘사입니다)그러나 천지는 그가 반항하기에 너무나 컸다.
그는 다시 마음을 가라 안혀서 땅에 돋은 풀을 뜯고 인과의 사슬이 한마디 넘어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전혀 부드러운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아리가 그의 누은 등에서 걸어 다닐 때에 그는 귀여움을 느껴서 꼬리를 쳐버리지는 않는다.
어린애가 제 고삐를 끌고 갈 때에는 그는 버티고 서려 하지 않는다."
" 소를 순하다고 하고 어리석다고 하고 말 안듣는 다고 한다. 순한 듯 한 것은 단념하고 참는 까닭이다. 어리석은 것은 지혜를 쓸데가 없기 때문이다.이려, 어디어 같은 말을 알아 듣는 것만해도 소로서는 수치다. 훼절이다.그러나 그것은 최소한도의 양보라고 할까."
" 만일 우뢰 번개 치고 폭풍우 날치는 날 그가 개울가에 고개를 번쩍 들고 혼자 누워 있는 양을 본다면 그것이 그의 평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계이다 그는 수도자다 그는 참된 바라밀을 닦고있다.어쩌다 인자 한 사람을 만날 때에 그는 자비의 설법을 듣는다. ...가려운데를 긁어 줄 때, 풀 많은 데로 옮겨 매어 줄 때 ..그는 자비의 빛을 보고몸과 마음이 느긋해진다"
어느 누가 이렇게 소를 깊이 진지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가 있을까.
* 본문중에 나오는 박군을 춘원은 동네 처녀 인숙씨와 내심 맺어지기를 바랐다봅니다.
인숙씨가 혼처가 정해져서 춘원께 말씀드리러 가니, 무릎을 탁 치면서 우리 박군은 어쩌나 하셨답니다."
인숙씨는 할머니가 다 된 지금도 그 박군이라는 사람은 얼굴도 모르게 관심이 없었다고 새침해 지시는
순수하게 공부하고 싶은 열정만 가득했던 소녀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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