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이 아버님의 친구분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병문안을 갔다가
딸을 부탁한다는 유언 같은 말씀을 듣고 차마 거절 하지 못해서 결혼을 하셨고
그분이 첫번째 부인 이셨답니다.
허영숙 여사는 일본에서 유학 중에 만나셨답니다.
성격이 보통이 아니셨는데, 산부인과를 하면서 애 낳는 여자들을 소리지른다고 막 야단 치셨대요
사릉의 나보다 한 살 어린 아이가 그 병원에 심부름 하는 아이로 갔어요
전처 소생의 아들을 가르키며 이 심부름 하는 아이에게 저애는 내가 나은 아이가 아니야...
하고 소근 거리셨대요
눈이 초롱초롱하고 미인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릉에 사실 때, 거기에 철길이 있었는데
당시 일본 순사들이 차 안에서 사람들의 보따리를 뒤져 쌀을 몰래 빼내는가를 조사 했는데
허영숙 여사가 그 때 면서기의 뺨을 때리면서 호통을 치셨대요. 보통 분이 아니시죠"
선생님을 따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박화성 같은 분도 사릉 집에 찾아 오셨어요.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 다음 날
가서 누구 신지 물어 보니까 내 제자야 하셨습니다.
수덕사의 여승의 주인공인 김일엽 스님도 선생님의 제자 셨어요.
사모하는 여자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이광수의 문학은 제 젊은 치기로, 좀 가벼워 보였습니다.
이상의 난해한 문체를 머리싸매며 해석 하는 독법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광수 소설에서 , 범인들의 일상과 감정들을 얼마나 귀하게 다루고 있는 지 알 것 같습니다.
그의 수필 집 돌베게에서, 사물에 대한 깊고 사려깊은 관찰을 하고 공감을 느낍니다.
톨스토이처럼, 그저 문학가가 아닌 賢者였다고 생각됩니다.
아내 허영숙과의 유명한 일화들이 많습니다만,
험란한 시대를 겪고있는 그 남자 어른 들에게 강하고 억척스럽게, 때로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낭인들을 지켜내려는 또 그 시절의 여자들 이야기가, 저 어린시절에 실제 많았습니다.
아내의 설교라는 시. -
묵묵히 아내의 잔소리를 견뎌내는 ,평생 아내를 인생의 동반자로 대하는 신사였던 제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 당신은 惡人 나도 악인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 악인이라 인정하는데, 당신은 善人인 척해 남들로부터 존경받는다.
나는 손이 다 닳도록 당신을 위해 살았는데 당신은 날 위해 무얼했소
그러니 나를 이해라도 해주는 남편이라도 돼 주소서"
--춘원이 아내를 화자로 해서 쓴 시랍니다.
묘지의 비석이 마치 귀라도 되어서 아버지가 제 말을 들어 주셨으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래전에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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