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이광수뎐 5 춘원과 소녀

torana3 2017. 3. 9. 08:30





인숙 할머니가 많이 아프십니다.

매일 같은 시간, 기도 하고 운동하는 것에 한 치 오차도 없으시더니,

명절에는 자손들이 모셔가 좋은 시간을 보내시고 오셨다고 은근한 자랑도 하시더니,

얼마 되지도 않아, 아주 마음이라도 먹으신듯, 정신을 놓아 버리십니다.

 한번씩  눈 억지로 뜨고 음..음.. 반응 하시는 것 외에는

계속 주무시는 듯, 평화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다행입니다.

의식이 살아 있던 마지막 까지 죽음을 의식 하지 않으셨습니다.

살려는 욕심이 아니라, 당연히, 가야지 하시지만,

우는 소리, 투정, 원망 , 조바심 없으셨으며,

아프다 하시다가도, 금방 낫겠지뭐...

그보다는 자손들의 작은 병치례를 걱정하며 몇칠을, 금식도 해가며 기도 하십니다.

경어를 잊지 않으시고, 아흔 나이에도 반복 말씀을 안하실 정도로 기억력이 좋으셨습니다


저는 가끔 황당한  생각을  합니다.

춘원 선생의 따님이 한국에 오셨다는 오래전 기사를 보고는,

만약에 다시 오신다면 편지라도 띄워서 인숙할머니랑 상봉 시키면 어떨까, 그런 궁리도 했었습니다.


제가 돌베게  수필집을( 종이책으로 구할 수 없어 전자책을 다운 받았었습니다)에서 인숙 할머니 나오는 부분을

낭독해드리면, 한마디도 놓칠세라 꼿꼿해지시고 ,  사릉집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드리면, 그때는  굉장히 좋은 집이었어...하십니다.  

그렇지요 지금 세상의 눈으로 보면야, 초라하기 그지 없지요  


3월 4일이 춘원의 탄생일이랍니다. 신문의 짧은 기사에는 예외없이 친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한 인간을 설명 할 수 있는 것이 단 한가지는 아닙니다.

 춘원은 원치 않는 강압과 세상의 그악스러움을 피해서 서울을 떠나 봉선사로, 사릉으로 숨어 들으셨답니다.

해방 후, 반민특위에 체포 되었을 때, 중학생이던 그의 아들은 혈서를 써 병든 아버지 대신 자신이 벌을 받겠다고 호소하였고

전쟁이 나고 납북되어, 감옥에서 쓸쓸히 사망하기까지 아무런 저항도 안하고 순순히 모든 고초를 다 받으셨답니다.


친일의 뿌리가, 현대사회에서 정신적으로 오염 시킨것은 부정 할 수 없습니다.

정의를 우습게 만들고 거짓과 힘으로 잘못을 덮어 버리는 유산이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광수의 그 유려한 문장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 휴머니즘이 같이 매몰되어 버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톨스토이에 버금가는 우리 근대문학의 위대한 사상가이며 문호로 춘원이 다시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춘원 이광수에 대한 흠모의 정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던 한 소녀가 이제  떠나려고 합니다...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한 시대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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