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시절 Belle Époque

torana3 2018. 3. 7. 08:36

저는...

문학 때문에 망했습니다.

재능이 모자라 업業으로 삼지는 못했지만 문학이 만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지침이었습니다.

분장이 벗겨지고 관객이 떠난 무대에 남아, 조롱을 받고 나서야 제 어릿광대 짓이 부끄러워,

그 아름다운 이야기와 말들을 버렸습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의 교사에서, 창밖의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녀의 우수,

문학소녀라는 타이틀이 그리도 광채를 발하던 시를 쓰던 내 친구들,

- 30년 후에 여고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 난 너희가  뭐든 될 줄 알았어.나의 우상들이 문학을 안한다는 말을 듣고

한 나의 질책에 우리는  웃으며 추억했습니다.

그 시절, 국어 선생님( 서정주 시인의 친동생이셨던) 이 검은 구름이 덮여 소나기가 내리던 그 어둑한 교실에서,

스테판 츠바이크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를 이야기로 들려 주시고, 입시에 지친 삭막한 아이들의 한숨과 탄성을 끌어 내셨습니다.

오래 투병 중이던 친구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소월의 초혼招魂을 낭독 하시며 같이 울었습니다.

주번이었던 어느 가을 날, 들국화를 꺽어 항아리에 가득 담아 놓은 것을 칭찬하시며, 미당의 푸르른 날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 일본의 한 여류작가가 있었는데, 평생 몸이 약해 병원의 침대에서 보냈는데, 마치 갔다온 것 처럼, 파리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단다."

그런 이야기들. 베르테르가 사랑한 롯데와 햄릿의 오필리어, 파우스트의 그레첸이 얼마나 아름다운 뮤즈였는지... 

화장대 하나 없고, 외투 하나를 십년 넘게 입으시던 어머니가 열렬히 숭배하던 문학이었습니다.


60-70년대에 조흔파라는  유명한 작가가 있었습니다.

학원 명랑소설이라는 장르로 분류 될 수 있는 그의  얄개전은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의 시리즈중의 , 읽었던 한 줄 문장이 기억 납니다.

" 나는 그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해도  꿈쩍 안할 거지만, 감기에 걸린 아내에는 걱정이되고 조바심이 난다.."

문학은 저의 첫사랑이었습니다. 그 기억은 희미 해지고  삶을 지탱해주는 현실이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 ,, 문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사르트르의 명확한 해답이 아니라, 도대체 나에게 문학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 시절은 그리도 아름다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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