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닥터 지바고

torana3 2016. 5. 18. 08:21

주말에 4시간 가까운 본편을 이틀에 걸쳐서 다 보았습니다.

한장면도 눈을 뗄 수 없게 가슴시리고 감동스럽네요

 여러번 보았고 중간에 책으로도 읽었는데,  처음 보는 것 같은  장면들도 있습니다.,


지바고가 현미경을 보는 장면, 라라가 정부인 빅토르에게 매달리는 장면을 성애낀 유리창 너머로 훔쳐보는 지바고,

시골의 별장으로 도망친 지바고와 라라가 얼음으로 뒤덮힌 집 안으로 들어 갈 때 마당에서 호핑하는 라라의 딸...

화물차를 타고 피난 가는 중, 손바닥 만한 작은 통풍 창을 통해 눈덮힌 설경을 감상하는 지바고의 표정

전후 맥락도 모르면서 뚜렷하게 남는 장면들입니다.

소녀시절의 라라가 빅토르의 유혹에 끌려가는 과정이나 러시아 혁명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장면은

그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기억에 저장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영화가 본래 잘려서 편집되었던 것을 나중에 추가로 본 , recent memory는 저장- 회상이 안되어 기억의 공백이 생기는

노화의 시작인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전쟁, 내전, 혁명의 와중에서 이념으로 포장된  인간의 잔인함, 폭력성이 분출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의 상황들.

그 가운데에서, 지바고의 선과 미를 추구하는 행위는  마치 얼어붙은 대지의 아래에서 숨쉬는  씨앗과 같이  생명을 이어갑니다.


문득, 詩心이 다시 돌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의과 대학 시절, 조직학이나 미생물 실습시간에 현미경으로 본 표본을 스케치 하는데, 지나치게 회화 적으로 그린다든가,

모르모트를 가지고 동물 실헙을 해야 하는데, 품에 안고 놀기만 하다가 조교가 한심해 하고 동급생들을 웃게 만들던 ,

첫 부임지에서  퇴근 후 아이들 데리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해가 뚝뚝 떨어지는 일몰을 보고 가슴 벅차던 그 시절에는,

시를 쓸 줄도 알았습니다.

그 시간, 그 장소로 돌아 가고 싶습니다.. 조금... 많이 피로 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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