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영향으로 아침, 굉장한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수년전, 들판의 둑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어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바람이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바 람
아메리카의 물소 처럼
바람은 그렇게 밀려온다.
저 멀리 에서
푸른 벼들을 모조리 누이고
내 서있는 둑 위까지
한 달음에 올라와
휘청 밀치고는 일별도 아니하고
달아나 버린다.
분노이기보다는 두려움이다,
슬픔이다.
목 덜미에 올려 놓은 혹의 무게에 짓눌리어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틈이 없이
제 발굽으로 쳐 올린 먼지로
검은 구름이 되고
비를 만들고
그 비에 쫒기어
젖은 눈꼬리 휘두번 거리며
심장을 두들기며
바람은 쉴새 없이
달려가고 또 이어 달려 온다.
* 김수영 시인의 풀--에서 풀과 바람의 주체가 바뀐 것으로 조금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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