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람

torana3 2010. 9. 2. 17:18

     태풍의 영향으로 아침, 굉장한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수년전, 들판의  둑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어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바람이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바  람

 

아메리카의 물소 처럼

바람은 그렇게 밀려온다.

저 멀리 에서

푸른 벼들을 모조리 누이고

내 서있는 둑 위까지

한 달음에 올라와

휘청 밀치고는 일별도 아니하고

달아나 버린다.

분노이기보다는 두려움이다,

슬픔이다.

 

목 덜미에 올려 놓은 혹의 무게에 짓눌리어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틈이 없이

제 발굽으로 쳐 올린 먼지로

검은 구름이 되고

비를 만들고

그 비에 쫒기어

 

젖은 눈꼬리 휘두번 거리며

심장을 두들기며

바람은 쉴새 없이

달려가고 또 이어 달려 온다.

 

 * 김수영 시인의 풀--에서 풀과 바람의 주체가 바뀐 것으로   조금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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