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 당 未堂

torana3 2010. 8. 20. 10:50

1. 지난 오월, 남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도중에 고창의 미당생가를 들렸습니다.

청, 홍으로 원삼의 마른 재가 부스러진 신화의 질마재,

초등학교 교사를 개조한 시문학관. 건물의 중앙에, 탑 형식의 5층 짜리 건축물이 있었는데,

시인이 만년에 하루에 천여개씩 외웠다는 세계의 고산 사진이 전시 되어 있어,

끝없는 정신의 고양감,  예이츠의 - 나선형의 계단을 떠올렸습니다.

 

2. 여고시절, 국어선생님이 미당의 친여동생이셨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진한 화장과, 약간 히스트리오닉한 성격으로

철없는 여고생들이 뒷담화 대상이기도 하셨는데,

문학수업에 관한한 잊지 못할 선생님 이십니다.

오랜 투병 끝에 죽은 친구의 장례식때 소월의 초혼招魂을 들려주셔서,

언어의 통곡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업 한시간을 다 할애하여 소설이나 영화를 이야기 해주셨는데,

슈바이크의 백장미의 수기(모르는 여인의 편지) 가 기억에 남습니다.

건조한 고교시절에 문학의 효용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셨습니다..

 

3. 미당의 시  동천. 冬天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저의 拙詩  .초승달

 

아하, 큰 그림자

그대 나를 가리시니,

얼어붙은 天空에

날카로운 흔적만 남기시고 .

당신은 보고 싶은 모습만 보시니

보고 싶은 만큼만 보려 하시니.

 

그래도

 내 옆에 별 하나는 놔두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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