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아버지의 기일이라 매년 그랬던 것 처럼 막내 오빠의 집에 형제들이 모입니다.
오빠는 지리산의 한쪽 자락에 목장을 하고 계십니다.
지역의 유명한 수의사이시며.
저는 막내라 늘 어머니 , 아버지의 곁에 있었으므로 , 부모님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형제들을 보았습니다.
한참 자라도록 건방지게 이름을 불렀으며-왜 그걸 교정해 주지 않으셨는지-
막내 오빠는 나의 인식으로 '내가 돌보아야 할' 가장 어린아이 였습니다.
나중에 '오빠가 아기 일때 엄마를 잃었다는 것'을 안 이후, 환타지는 더욱 굳어집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빠의 말을 잘 듣는 것' 뿐이었지만.
다른 오빠들 과는 달리 고등학교때 몰래 격투기를 배우고 비행의 흉내도 내었는데
그것도 내 눈에는 멋지게만 보였습니다. 소홀히 놔둔 담배갑을 숨겨주기도 하고.
내가 대학에 들어 갔을때, 내성적이고 말 주변이 없어 잘 믹스하지 못하는 것을 고민 하니,
'말의 공허함'을 들어 다른 애들을 폄하하고 내 역성을 들며 지지해 주었는데,
열등감이 심하던 때라 별 도움은 안되었습니다.-그래봐야 오빠도 어린나이.
오빠 집에서의 아침은 부지런 하신 부부의 덕에 동만 트면 일어나야 하고 집 한바퀴 산책을 강요당합니다.
두시간 걸리는 트레킹에 가까운. 오래된 돌 성곽, 작은 폭포와 깊은 웅덩이, 너른 목초지...
숨겨 심어 놓은 장뇌삼은, 지나던 객들이 훔쳐간들,
수백마리의, 방목하는 흑염소가 울타리 넘어 산으로 도망치든, 상관치 않으십니다.
오랜시간 노동과, 포기, 인내함 에서 나오는 한없이 넉넉한 마음이십니다.
2010년 새해아침. 매년 집에서 찍은 지리산의 일출사진을 연하장 대신 보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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