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닐 때 한 번 학교를 그만 두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수업도 자주 빠지고, 내일이 시험인데, 불현듯, 도서관에서 짐싸들고 나와서 그림을 보러 다녔습니다.
시험 시간도 잘 못 알아서 아예 치루지 못하기도 하고.
복잡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아마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과 삼학년이면 해야할 공부양도 절대적으로 많은데,
거의 전과목을 다시 시험쳐야 했던 그 해, 겨울 방학,
결단을 내릴 수도 없이 어영부영, 진급이 결정 되고 나서
고향 집으로 향하는 대신에, 설악으로 가는 밤 버스를 탔습니다.
새벽, 속초 버스 정류장, 대합실에서 벤치의 새우잠을 자고
눈덮인 설악에 오르다가, 작은 암자에서 발을 녹이던 기억이, 현실의 일이었는지...
동해를 거쳐, 부산으로, 남해안을 지나서 4박 5일을 돌아 다니는동안,
애초의 고민의 무엇이었는지, 많이 홀가분해져서, 집에 돌아 왔는데,
-큰언니가 귀향이 늦는 이유를 적당히 둘러대 주기로 했는데,-
부모님은 미리 알아 버리시고 집안은 난리가 났었습니다.
어머니는 우시면서, 나가 버리라 하셨고, 아버지도 크게 야단 하셨습니다.
모험이랄 것도 없이, 일탈에 불과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그후로 한동안 딸의 짧은 출분出奔을 은근히 자랑하고 다니셨습니다.
어느해, 스승의 날 특집으로,신문사에서 아버지를 인터뷰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와 인사하는 제자가 반갑지 않다, 너무 멀리 있어서,
그리고 자신의 일이 바빠서 스승의 날을 잊어버리고 사는 제자를 더 바람직 하다고 본다..
바이킹 처럼, 대양을 건너, 멀리 모험을 해나가기를 언제나 바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