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새끼

torana3 2010. 8. 2. 09:24

 

 화실의 '사람을 무시하는' 십자매 부부가 알을 낳고 새끼를 깠습니다.

어느덧 자라 이렇게 네마리가 나란히 앉아 먹이를 기다립니다.

아무래도 먹잇감이 부족한지라, 어미새는 전에는 영악해서  거들떠도 안보던

플라스틱 나무 근처도 혹시나, 하면서 뒤집니다.

 

일요일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마침 식사 시간이었는데

어머니는 입에도 안대고 제앞에 식판을 밀어 놓으십니다.

 아니다 전 먹고 왔다 어머니가 드셔야 한다, 하니

이내 금방 울듯이 난감해 하십니다.

덩치도 크고 훨씬 젊은 자식에게도 먹여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깊숙히, 단단히 프로그램된 모성의 집요함입니다.

안보이면 자식이 왔던 것도 깜빡 잊으시니, 다 드실 때까지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즐겨부르시던 노래들을 같이 불렀습니다.

가사는 거의 잊으셨으면서도 무슨 노래 인지 기억 하시면서 기쁜 낯을 보이셨습니다.

소월의 시에 곡을 부친 엄마야 누나야, 산유화 나 바우고개, 성불사의 밤 같은 노래,

일제 강점기에 교육을 받으셨기 때문에 일본의 동요나 가요도 즐기셨고

저는 뜻도 모르는채 따라 불렀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해서 자장가 삼아 자주 불러주시던, 해방직후의 나운영 작시 단풍잎이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 버선 깁는 아가씨, 착한 아가씨/ 어서어서 이문 좀 열어 주세요,

서릿발에 추워서 꽁꽁 언손을 / 아기 자는 요밑에 재워 주세요'

하얗게 언 단풍잎이 겨울 바람에 날려와 애보는 처녀의 방문 앞에서 떨면서 애원하는 노래입니다.

 

강하면서도 맑았던 어머니의 음성이 귓가에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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