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대답하기가 망설여 집니다.
우선, 그렇게 멀리 어떻게 다니느냐? 하고
게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면 다시 뜨악해 합니다.
지하철로 한시간, 다시 교외로 나가는 버스 30분,
걷고 갈아 타는 시간 까지 가는데만 두시간 걸립니다.
소위 말하는 '장롱면허자'입니다.
스피드 공포에-어려서 미끄럼틀도 못 탔습니다. 운동치라
차일 피일 미루다가 운전 면허도 없는채 미국에 갔었습니다.
오래 미국에서 사셨던 큰오빠 부부는- 쓰던 차를 내주려고 맘 먹고 있다가-
차는 곧 외출시 신발과 같은거라, 참 난감해 하셨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작은 운전학원을 운영하는 - 켄터키 할아버지 닮은-
필립과 함께 딱 9개월을 교습하고서야 면허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운전유학을 온거라고 놀렸습니다.
그 학원의 벽에 붙은 표어에,
'인간의 정의: 성직자; 잉태의 순간부터, 의사;출생의 순간부터, 일반인;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순간부터"
그러나, 저는 애들이 학교에 가면, 무작정 걸었습니다. 인도도 없는 미국의 숲길, 지방도로와 주택가를,
한 40여분 걸으면 타운이 나오고 거기 도서관에서 오후까지 놀다가 다시 걸어 옵니다.
제인의 studio 에도 걸어서 갔습니다. 한 친구가 'Walking Psychiatrist !' 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차타고 지나는 사람에게 -이런 기분 모르지..하는 황당한 우월감도 가지게 되고..
출근길 전철을 타기 전에. 읽을 책, 신문, 물병 등을 챙깁니다.
오에 겐자부로(1935년생, 일본작가)는 아들을 장애인 학교에 데려다 주는 먼 길을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평소에 못 읽는 어려운 책을 고른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것 처럼, 열심히...는 아니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발견되면 책을 덮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버스로 갈아 타면, 북한산길의 경치를 즐깁니다.
그러나 퇴근길에는 지쳐서, 만화책을 본다든가, 게임도 하고, 석간을 사서 헤드라인만 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