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머니라 불렀던 다른 분.. 제 남편의 어머니 입니다.
평생 근면하시고 자식에 대한 헌신이 삶의 전부셨던 분입니다.
새벽 부터 들에 나가,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려 작물이 자라나는 리듬에 맞추어 하루와, 계절과, 일년을 보내셨습니다.
며느리가 내려오면 낮에 방에 뉘어놓고, 옆에 앉으셔서 "할 일 하나도 없다" 하시면서도
실은 밭에 나가시고 싶어 조바심치시는것을 나중에야 알았지요.
도와드린답시고 붉은 고추를 꼭지 놔두고 열매만 따서 한광주리 갖다 드리니,
개수구에 쌀 한톨도 흘리면 아까우신 분이 마음이 어떠셨을지..
-고추를 꼭지 없이 말리면 다 썩어 버립니다-
냉장고에는 자손이 오면 먹이려고 쌓아둔 재료가 그득합니다.
봉지봉지 비닐을 뒤지고, 채마밭에서 금방 뜯어온 야채로 한상 차리는 기술은
마술과도 같았습니다. 계란 한 알를 부치셔도 달고 맛이있습니다.
남편이 마누라가 바가지 긁는다고 엄살부리니
"네가 진짜 바가지가 뭔지를 당해 보지 않았구나" 며 항상 며느리 편이셨습니다.
워낙 큰 농사에 동네사람 다 불러다 먹이시던 버릇에
살림이 줄었는데도 음식을 너무 많이 장만했다고 아들들이 질책하자
심정이 상하셨던 어느 명절 날 아침, TV에서 고산을 등정하는 산악인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저 사람들은 뭐하러 저렇게 산에 올라가느냐"
정성과 의식을 무시하고 실리만 쫒는 아들들에게 던지는 촌철 같은 비유셨습니다.
말년에 배우신 화투놀이를 좋아하셨는데
시종일관 포커 페이스여서 보통의 아낙들은 당하지를 못하셨습니다.
어머니, 살다보니 끈 떨어져 너무 멀리 와버렸네요,
언젠가는 끊어진 실타래 더듬어 근본으로 다시 찾아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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