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길버트 그레이프

torana3 2014. 4. 28. 14:12

1. 아침 축근길에 버스 창밖으로.

우연히 시야에 잡히는 광경.

 예비군 훈련을 준비 하기 위해 부대앞에 천막을 옮겨 설치 하는 중인 듯 합니다.

천막의 여섯개의 기둥을 군인들이 붙들고 경직된 일사분란한 동작으로 움직입니다.

아마 상관인듯 보이는 한 군인이, 들리지는 않지만 구령을 주는 듯. 그러나 그 자신은 그 와중에 겉옷을 벗는 등 ,

전혀 진지하지가 않습니다.

혼자 생각합니다.  천막하나 치는데도 저렇게 전투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인가...

물론 군대라는 조직이  명령의 전달에 있어서 절대복종과 긴장감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우리나라는  군복무가 의무라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그 문화가  사회전체를 은연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어제.

오랜만에 TV를 켭니다.

종합편성채널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엉터리 프로그램으로, 매스 미디어의  질이 낮아 지는 것 같습니다.

도무지   프로페셔널 한 멘트라 볼수 없는 마구잡이 생각과 말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쏟아집니다.

- 더 피곤해집니다. -

인터넷 TV의 영화 프로그램을 서취하다가, 길버트 그레이프가 500원에 세일중입니다!

전편을 다보지 못하고 놓친 , 언젠가 봐야 될 영화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길버트.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자기 암시로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며, 누구의 요청도  거역하는 법 없이

다 들어 줍니다. 아버지가 죽은 후 집안의  가구처럼 살아가는 무기력한 고도비만의 어머니, 발달장애 동생어니와

우울하거나 불만 투성이의 자매들은 물론이며, 동네의 유부녀의 성적요구까지 거절을 못합니다.

그의 수동적 태도가 실은 죽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reaction formation, ( 분노를 방어하기위해 선한행동으로 반응하는)

이나 외디푸스 컴플레스(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라고 굳이 정신분석적 해석이 가능하다해도,

그의 희생적 태도는 아슬아슬 하면서도, 감동스럽습니다.

 

그가, 떠돌이 소녀 베키를 만났을 때 둘의 판이한 상황이 오히려 서로에 공감을 느끼며 가깝게 만듭니다.

길버트는 억눌린 분노와 자신의 소망이 분출 되며, 일탈을 꿈꾸고

그러나 그가  보살피던 모든 사람들은, 또한 따뜻하게 그를 이해하고 보듬습니다.

 

베키와, 같이, 멀리 지평선에 황혼 속에 서있는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길버트는

" 그렇게 무겁고 압박을 주는 우리집이 이렇게 작게 보일 줄 몰랐어"

라고 말하면서 가족과 의무에 대한 굴레에서 잠시  비켜서서 바라보게 됩니다.

 

세상이, 컴퓨터와 소셜 네트워킹의 발달로 , 모든게 드러나고, 잘 알 수 있게 된 것 처럼 보여도,

인간의 심정, 느낌, 느리고 깊으며 불분명한 심정에 대해서는 점점 더 무디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 이십년 전 까지도 이런 플롯의 영화 들이 많았습니다.

 슬프고 답답하며, 고통스럽기만 한 인생사에 대해서 그러나, 살아가야 할 이유를 수시로 찾아 낼 수 있으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되는, 그래서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임을 알게 해주는 ...

몇가지 추억의 영화들을 다시보고 싶어집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도, 그런 비슷한 느낌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것 같은  강아지의 표정이 웬지 마음을 잔잔하게 합니다.

            

 

                                                                                           실은 선물로 받은 머그잔의 도안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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