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순씨의 애기 싸는 수건이 , 장마철에 눅눅하다 못해 곰팡이가 슬 지경이라,
우리는 또 강제회수를 해야만 했습니다. 대단한 저항이 예상 되므로,
서너명이 예고 없이 들이 닥쳐 위압적으로 명령하고 수건들을 들고 나오니
얼결에 당한 미순씨가 종일 쫒아다니며 ' 애기'를 내놓으라고 성홥니다.
우리 J 보호사님. " 아까 탈탈 털었잖아요, 방에서 찾아 보세욧!" 하십니다.
하루 지나니 아이가 돌아 왔는지 잠잠해 지셨습니다.
2. 선화씨- 주민등록 부터 모두 잘못 되었다며 본명을 부정하고 스스로 붙인 이름이십니다-는
그 큰 체격에 애교를 부리며 다가와 투정 하듯이 조릅니다.
" 저 좀 퇴원 시켜주세요,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뭘해요, 여기서는 쓰지도 못하잖아요"
그녀는 보는 사람마다 노트와 펜을 사달라 조르고 때로는 담배나 간식을 주고 다른 환자로 부터 얻기도 하면서
종일 메모해 놓은 것이 열권이 넘습니다. 그녀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 번, 읽게 해달라고 조르면
선심쓰듯이 내어 주는데, 아무리 담당 의사라 해도, 반복되는 지리멸렬한 문장을 집중하기란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라, 그저 사나흘 가지고만 있다가, 몇군데 표시해서 돌려줍니다
" 그 부분이 좋았어요"- 솔직히 괜찮은 어구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하면 그것 보라지 하는 표정으로 만족스럽게 받아 갑니다.
그녀는 한 밤중에 종로에 있는 - 때로는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원고를 급히 보내 달라 했다면서
그 원고료가 자기의 통장으로 들어와 쌓이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돈을 쓰시겠다는 겁니다.
3. 某씨.
식사 시간이나 세면 등 아주 기본 적인 일만 해결하면 침대에 들어가- 이 더운 여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몇 시간이나 꼼짝 않고 계십니다.
우리는 " 연속극 볼 시간' 이라고 명명 했습니다.
그녀의 환타지 속에서 가상의 인물을 데리고 즐기고 화내고 대화하며 지내고 있으십니다...
누구나 각자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세상으로부터 용납되며 서로 이해가 가능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사회로부터 철퇴되어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자기 주장은 곧 힘을 잃고, 병원에서 처럼 적당히 봐주고 내버려 두는 곳이라면,
오히며 낫다고 생각해서, 병동이 그네들에게는 천국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딜렘마입니다. 자폐의 城으로부터 끄집어 내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내가 보는 것은 옳은가, 믿고 있는 일이 사실인가,
하는 수 없습니다. 좋든 싫든 내가 이루어 놓은 내 인격을 가지고 삶을 뛰어 넘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아집이 혹 너무나 괴롭다면,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집착하지 말것.
그렇게 되뇌이면서 살아갈 밖에요,
그를 벗어나는 것은 폭주하는 기관차로 부터 뛰어내리는 것 처럼, 두렵고 어려운 일일 테니.
덥고 축축한 날씨 덕에 자꾸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밝은 사진을 골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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