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실버 라이닝

torana3 2013. 3. 5. 11:41

저는 조증 상태(manic phase) 의 친구들을 많이 압니다.

시기 마다 주기적으로 가족들에 의해  이끌려 온, 맨발에, 여기 저기 다쳐서, 상처 심하면 골절을 입어 깁스까지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문장을 끝내지도 못하고 단어와 단어만 늘어 놓은 ,수도 없는 희망찬 계획들로 인하여 몇 칠을 잠을 자지 않아, 밤번 당직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그간에 약먹는 것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오히려 자랑 스럽게 의사와 병원의 체계에 대한 독설, 불만, 깔아 뭉개기...

사회라는 엄격한 외부세계에 어떤 파급이 미칠지에 대한 보편적 연상이 사라져버리고, 

즉각 절대절명, 사명감,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어 질 듯한 전지전능감.

때로는 대단히 솔직하고, 직관적이며, 어떤경우 , 평소 정의에 골몰하고 있었다면 , 위선과 부조리에 대한 폭로 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껄그러운, 때로는 위협적이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취급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치 제단에 놓일 순한 양과 같은 그들의 눈안에 들어 있는 공포를 기억합니다.

흥분이 가라앉기 시작되고 곧 이어지는 마치 썰물처럼 사라지고 마는 그 고양된 기분을 놓치리라는것.

이 감지 될 때의 수습하기 어려운 어지러 놓았던, 쓸모 없어진, 잠시 위대한 사고의 작용으로 몰아쳐 행했던 사고의 잔해들.

가족에 주는 상처, 사회적 관계들, 주체 못한 소비로 인한 빚들, 카드 대금, 심지어는 법적인 문제들 까지. 

그들을 곧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절망으로 굴러 떨어 뜨릴겁니다.

지난번의 발병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특히 조증 상태의 묘사가 리얼합니다.

그러나 이 희극으로 분류되는 쟝르가 보는 동안 내내 무거운 통증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저지하기 어려운 신경물질의 분출, 뇌의 지랄침, 반복되는,  누구도 어찌 도와 주기 어려운 막막함 때문입니다.

약이라는 무기를 들고, 법으로 강제 구금을 시키는 재주 밖에는 없는 의사나,

자식을 사랑해서 내린 결정이 현실적으로 옳은 일인가를 망설이고 두려워하고 미신에라도 매달리고 싶어하는 부모.

' 비정상' 으로 규정지어버리고, 길티 필링을  눌러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극의 원인이 되었던 주변의 가해자들. 

누구도 강하고 영웅적인 태도로 펫을 구원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동화와 같은 행복한 결말을 보여 줍니다.

그 난폭한 미친 말을 길들이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아웃사이더 여인입니다.

티파니는 남편을 사별하고 닥쳐온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란한 성행위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듣고

( 이도 일종의 조증의 증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해 의식에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사람들의 슬픈 욕구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70-80년대에 유행하던 문학의 주인공 여자들, 별들의 고향이나, 겨울 여자와 같은, 이 그 원형이 아닐까, 아니면 죄와 벌의 쏘오냐나)

펫에게 반복 해서 끈질기게, 반복적으로 진짜 감정을 느끼게 길들입니다.

나를 봐라, 나에게 사랑을 주어 봐라, 감정을 화산처럼 배출하고 폭팔하려는 펫은

드디어, 티파니를 바라보게 되고, 감정을 머금으며 억제 할 수 있게 됩니다.

의사가 그토록이나 인지 시키려 했던 일. 목표와 계획에 감정을 묶어 통제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의사나 약의  중요성을 무시합니다만,, 제 블로그가 의료적 조언을 해야 할 목적이 아니니까, ..생략합니다.

 

 

 

    계속 자넷 에이힐먼의 작품 흉내입니다. 빛의 그물, 실버 라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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