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면, 개업을 하거나, 봉직, 학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저는, 학문적 연구를 깊게 하는 일- 자타 공인, 제 길은 아니었습니다- 을 제외하고는
여러가지 형태로 정신과 의사의 일을 해왔습니다.
종합병원의 한 파트이거나, 지방의 병원에서, 요양원 일을 본 적도 있고, 개인 의원의 파트타임일,
전문병원, 백수에, 미국의 대학 병원에서 - 단순히 외국인 의사로서 제한된 참관정도인- 연수도 .
그리고 십여년 전에는 , 이제는 맘잡고, 은퇴 할 때까지, 자리를 잡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내 사무실을 열었습니다..만. 많은 자기경영의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순진한 생각,
내가 성실하게 일하면 잘 되겠거니 하는 오판을 저도 했습니다.
병원의 시스템에서나 다른 의사의 보조로, 진료 할 때에는 물론 성실히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저는..확고한 믿음을 주거나 방향제시를 해주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아마, 세상일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언제나 잘 하시는 완숙한 부모님, 형제들 사이에서, 늘 미숙하고 어린아이인채로
성장한 터라, 제 자신의 의견보다 타인에 의존하는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고,
한 때 심취 했던 정신분석이나, 불교적인 기본 사상이, ' 자력으로 회복하게 하는 ' 방법론이 제 스타일이기 때문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아가 약하고, 인생의 위기에 닥친 분들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의사에게 만족할 리 없어,
아무리 내 할일 만 하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세금, 집세, 인력관리, 약품이나 물품 구입등 경비문제, 그리고
좀 낯간지러운 홍보 까지, 아, 못하는 것은 노력 아무리 해도 안됩니다....
그러나, 아마 진료를 가장 진지하게 , 열심히 환자를 도우려 애썼던 것은, 비록 수는 적을 지라도
제가 개업을 하고 있던 그 삼년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을 닫고 이제는 더 봐 드릴 수 없다고, 다른 동료들에게 인계하고 작별 했던 그 분 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 까,
오래 된 일이라, 이름도, 자세한 개인력에 고통이나 증상의 내용도, 가물거리지만,
그 분. A씨. 저보다 몇 살 위인, 화려 하지는 않으나 세련되어, 세상 살이에 대한 식견은 저보다 나았을,
그 보호자가 되는 남편도 상담을 위해 본적이 있는데, 선하고 멋진, 분이었고,
아이들에게도 자상하며 최선을 다하는, 그러나 유전적이라 할 수도 있는 가계의 우울한 분위기, 심각한 감정의 기복..
그런 문제 들이었습니다.
고맙게도 제 일천한 정신분석적인 방식에 진지하게 몰입해주어, 오히려 제 경험을 깊게 해주고,
때로는 좀 감정적이며, 비현실적인- 면담중에 가끔,직관, 통찰,과 같은 해석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에도
깊은 자기인식으로 받아 들여 주는, 참, 분석이 잘되는 좋은 환자(Good Patient) 였습니다.
세션이 끝나면, 자상한 언니처럼, 제 초라한 사무실에 조언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
그분이- 솜씨도 좋아서- 손 수 만든 헝겊인형을 대기실의 카운터에 장식해주었었습니다.
오래되어 안에 넣은 커피원두의 향이 진작 사라지고, 고무줄이 늘어져 옷이 벗겨지는데,
제가 지금도 제 방의 한켠에 늘 놔두고 보는 그 예쁜 인형이... 오늘 문득 눈에 띄어,
반복되고 끝없는 고통의 해결책을 진작에 찾아 내셨으면...마음을 전해봅니다.
또 한분 B씨. 사춘기 시절부터 Homosexuality 를 숨기고 사느라고 불안과 갈등이 심했던 그 분.
제가 이후에도 성향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만들어준, 사랑이 넘치는 온화한 인격을 가진 분입니다.
일본식 다기 주전자를 선물해 주었는데, 주둥이 부분이 깨져 그림 그릴때 물통대용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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