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의 후반기 부터 정신과의 병동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바깥 세상과의 구별을 의식 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합니다.
경험이 없는 신입 직원들, 또는 방문하러 온 외부 사람, 가족을 입원시키기 위해 둘러보고 싶다는 보호자들의
어색한, 쮸볏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보통사람들의 인식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나 문학의 묘사, 암울한, 억눌린 분노, 슬픔, 우울,고립, 버려짐.. 딴세상...? 그럴 것 같습니다.
A씨. 검고 매력적인 피부에, 금방 눈물이라도 그렁거릴 것 같은 큰 눈망울.
어떻게 그 작은 체구에서 괴력이 나오는지, 난폭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순식간에 달겨들어, 병실의 다른 분들 이마에 해리포터 상처를 만들어 놨습니다.
예측해서 말리기 어려운게, 그녀의 행동은 공격이 아니라, 순전히 (비현실적 확신에 찬)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이기 때문입니다.
공포에 질려서, 사시미 칼을 침대 밑에 숨겨 놓은 상대방을 노려 보다가,
아니면 자기의 물건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그 행동의 암시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도와 주지 않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라..) 상황에서
그리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늘 당당 합니다.
대통령이라고 믿고 있는 병동의 가장 연장자 닥터에게 공손하고 열심히 만든 종이접기도 갖다 바치고 해서, 우리가 슬쩍 떠봅니다
" 대통령 님이 화내셨어요, 그러지 말라고." 갑자기 분기 탱천" 하느님이 우리아버지야!" 할 말이 없게 합니다.
불상사를 대비해서 옆 베드를 비웠는데, 풀 베드라 그 자리를 채우지 않을 수 없어 우리의 고민이 심각해져,
가서 사정을 해봅니다" 이분이.. 너무 힘드셔서.. 쉬셔야 되는데.. 때리거나 그러시면 안되는데.."
진지하게 듣고 있던 A씨. 씩 웃으면서 어깨를 툭 치십니다. 나를 뭘로 보느냐, 그런 염려는 하지도 말아라... 는 듯.
우려하던것과 달리 옆 베드의 환우를 건드리지도 않으며, 자상하게 대하기 까지 합니다... 곡절을 알 수가 없습니다.
B씨. 젊은 시절 간호사 였던 그분은 아직도 직분을 그대로 유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자신이 이 병원의 주인입니다.
원무과에 돈을 가져다 놨으니, 월급 들 타가라느니, 보너스나, 선물도 주십니다. 천만원, 백억씩..
그가 하는 용어는, 미국, 백악관 주치의 , 마이신..결핵과의사(그녀가 근무하던 옛날의 보건소에 결핵이 큰 이슈였을 것 같습니다) ..
종이에 이상한 용어들을 (약명 코드 유사한 ) 한페이지 가득 열 몇장씩 써가지고 와서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처방을 내는데 참고하라 하십니다.
( 지금은 한장 만 쓰고 복사하면 된다고 말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이 분이 급성 담낭염에 걸려 종합병원에 이송, 수술을 받고 재 입원 했을 때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자신은 아무 병도 없고 여기 이사장인데, 여기 간호사들이 챠트에 나쁘게 적어서 필요없는 수술을 받았답니다.
이전에는 즐겨 제 구룹 모임에 참석하셨는데, 이제 거부 하십니다" 직원인데 뭘로 보냐" 시면서.
복도에서 마주쳤습니다.
저- 구룹에 들어 오세요..
그분- 내가 직원인데 왜 들어가요- 지나쳐 버리십니다.
저- 그러니까요,, 저랑 같이 하시자구요..- 뒷통수에 대고 사정 합니다.
C씨. 명문여대에 입학 한 직후에 병에 걸리고, 모든 감정이 다 닫혀 버렸는데, 뒤늦게 오십이 넘어 사춘기적 연정에 들떠서,
급기야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데서, 남자분에게 기습 뽀뽀를 단행해 버리셨습니다.
우리들. 당황해서" 아니 대학까지 나오신 분이 이러시면 어떻해요? 풍기 문란죄로 걸려요"
정말 진지하게 대꾸하십니다" 미친 사람도 법에 걸릴까요?"
사랑하던( 일방적으로 선물 공세 퍼붓던) 분이 퇴원 하시자, 전화번호를 받아 두었다가
Joe아저씨(보호사님)에게 걸렸습니다 " 어디 저도 좀 보여주세요"
자랑 스럽게 건네자 숫자를 검은 색으로 검게 칠하고 다시 돌려 주었습니다
그녀. " 아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화도 안내시고, 그저 같은 표정으로 돌아 섭니다
그녀의 훌륭한 정신의 메카니즘은 현실의 장애에 아랑곳 없습니다. 환상 속에서 잘 해결 하실겁니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웃는게 아니라, 함께 웃고 지냅니다. 병동의 분위기는 대부분 유쾌합니다.
현실의 세계로부터 끈이 다 떨어져버려 감정은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이 미분화 상태여서,
보통 사람들 처럼, 울고 고민하고 증오하며 분노하는, 미련은 없다해도 이런일...
저기 먼나라에 아기들이 저 체중, 저체온으로 태어나자 마자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그 비어버린 가슴에 대고 이야기 해주니,
신생아 모자 만들기 손뜨개에 기꺼이 동참 하십니다.
때때로 환청에 끌려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코를 놓쳐가면서도, 같이,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병동에서의 하루를 보냅니다.
추) 대문 사진 설명 지난번에 완성한 위에민준 흉내낸 점토를 켜 놓은 티브 앞에 놓고 종이로 가리면서, 간접 조명을 켜 놓으니
마치 스테이지의 뮤지컬 장면 처럼 보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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