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집-전설

torana3 2013. 1. 17. 14:36

 

1. 숲에서.

류선생님의 물음.

- 집에서 편안하세요?

- 네 물론이지요., 당연히...  말문이 막힙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빨리 집에 가고 싶습니다. 쉴 수 있고, 손에 익은 집기들, 가족, 담담한 대화 휴식... 익숙한 잠자리와 수면.

이런 것들이 일단은 집에 대한 이미지 입니다. 그러나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지내며, 되풀이 되는 업무, 갈등 감정들 을 겪다가

내일의 전투를 위해 잠시 쉬러 들어 가는 곳. 물론 편안한다고도 말할 수있습니다. 그러나 

집은 나를 온전히 담아 낼 수 있는 장소인가, 그곳에서 정말 나는 편안한가...

 

겨울이 되면 갈라진 구들장 틈새로, 매캐한 연탄 냄새, 낡아 사방 벽에 틈이 벌어져

찬 웃풍이 수시로 들락 거려 환기가 되기 때문에 , 그리고 가스 냄새로 머리가 좀 아프면 방문 열어

찬공기 들이며 솜이불 뒤집어 쓰고, 얼굴만 내밀어 콧등이 시럽던 바랜 벽지, 낙서  그 방.

한 밤 심부름 나갔다가, 가로등도 없는 좁은 길, 하수구 역할도 하던 복개가 안 된 도랑 에 비추는 푸르스름한 달 빛,

달걀 귀신이 데굴데굴 쫒아 올까봐 뒤도 안돌아 보고 한달음 달려와 급히 그.. 색바랜 철대문 열어 젖히면

 그소리에 방문이 열리며  내다보이던 어머니와  따뜻한 불 빛, 안도.

깔아 놓은 이불 밑에 파고들면 언 살갗을 간질이며 서서히  녹아드는 그런 편안함, 그 집에서 느끼던 온전한 나의 세계.

 

 

2. 자그만치 무료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피아노의 전설( Legend of 1900)이 인터넷 T.V. 메뉴에 새로 떴습니다.

은퇴한 트럼펫 연주자인 맥스는 생활고에 트럼펫을 팔려고 중고 악기점에 들렸다가, 깨진 음반에서 나오는 그리운 연주를 듣게 되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여객선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천재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1900)와의 우정을 추억합니다.

나인틴은 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여행자들의 마음, 세상의 풍문들 에서 영감을 얻어 피아노로 연주합니다.

그의  뛰어난 연주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사람들의 갖은 감언 이설도 결코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지 못합니다.

배안의 사람들은, 가족 처럼 그를 사랑하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행복을 이루게 해주려고 노력 하지만,

언젠가 단 한번 그가 하선 하려 결심하고, 친구들의 축복과 배웅을 받으며,막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그는 멈추고, 한 참을 정지해 있다가, 다시 몸을 돌려 배안으로 돌아 옵니다.

세월이 흘러 맥스는  그를 찾습니다. 여객선 버지니아 호는 폐선이 되고 해체 작업에 들어 갔으며,

 폭파를 위해 선실내에는 다이너마이트가 설치되고, 나인틴이 절대 그 배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는 맥스는 폭파를 지연시키고,

 폐허가 된 선실에서  그 깨진 음반을 틉니다. 숨어있던 나인틴이 나타납니다.

왜 그가 그 때 하선 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합니다.

"피아노를 봐. 건반은 시작과 끝이 있지. 어느 피아노든 건반은 88개야. 그건 무섭지가 않아. …… 하지만 배에서 막 내리려 했을 때, 수백만 개의 건반이 보였어. 너무 많아서 절대로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것 같은. …… 그것으로는 연주를 할 수가 없어. 피아노를 잘못 선택한 거야. 그건 하나님이나 가능한 거지. …… 어떻게 그것들 중 하나를 고르지. 한 명의 여자와 하나의 집. 어떻게 그것들 중에 한 평의 땅과 죽을 장소를 고르냐고. 그건 너무 힘들어.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하나의 삶을 택할 수 있지? 힘들지 않아? 난 이배에서 태어났어. 여기서 계속 살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났지. 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이 있었어. 적어도 이 배안에서 만큼은,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고. 난 그렇게 사는 걸 배웠어. 육지라고? 그건 내겐 너무 큰 배야. 너무 아름다운 여인이고. 끝나지 않는 여행이며, 너무 강한 향수고. 내가 절대로 못 만들 음악이었어.” --길지만 중요한 대사라, 서취해서 복사했습니다.-

 

우리는 애초 자궁에서 밀려나오고, 삶의 초기에 보호 받던 그 집과 부모, 고향으로부터도 떠나서 

생소한 수 많은 일- 절대 주재 할 수 없는-에 관여하고 살면서 마음은 끝없이 노스탈지아에 이끌려 헤메입니다.

 

 돌아 갈 수 있을, 그 기억에 남아 있는 집을 다시 지어 그곳에서 쉴 수 있다면... 실은  깊이 소망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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