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닮은 꼴

torana3 2012. 10. 8. 09:34

어머니께서 가장 많이 저를 지청구 하시던 말씀이 '건성이다' 셨습니다.

건망증이 심해서 물건을 간수 못해 잃어 버리거나, 일을 해도 대충, 세심하고 꼼꼼하게 처리 하지 못해,

누군가 다시 손을 빌어야 하고, 반듯하고 깔끔한 일처리를 못해서 폐가 되는 일도 많습니다.

이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나이들어버린 이유는 다분히 어머니도 비슷한 성향이시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이나 아이를 돌보는 일이, 후딱, 대충 빨리 해치워 버리십니다.

분명히 억지로 싫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굉장한 열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주 세심한 공들이는 시간이 좀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나머지 시간을 좀 게으른, 책을 본다는가 명상한다든가, 빈둥거릴 지언정.

그래서 핀잔이라기 보다는 그저 흉을 보는  어쩌면 '이해한다' 는 태도 셨기 때문에 훈육이 될리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성향이 사는데 잇점이 있기도 합니다. 일이 망쳤을 때나 실수하였을 때,

그 뒷수습의 훈련이 잘 되어 있어,그리 별일 아닌, 결국 다 해결 될 수 있다는 느긋할 수 있습니다.

혹 완벽주의자들이 어쩌다 한 실수에 크게 당황할 때는, 몇가지 가능한 방식을 알려주어 해결해 줄 때도 있습니다.

(아, 이러니 죽는 날 까지 제버릇 못고칠 것 같네요,)

 

어머니와 닮은 점 또 하나는 예쁜 것을 좋아 하는 것.

외모나 집안을 멋지게 치장하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지만, 작고 사소한 물건이나, 상황에,

의미를 둔다든가, 그 고유의 미를 발견하기를 즐기고, 감탄하기를 잘합니다.

 

가을이 무르 익으면, 집안의 문을 다 떼어내, 새로 창호지를 붙여, 담벼락에 세워 말립니다.

마지막으로, 예쁜 꽃잎을 따서 손잡이 부근에 데코레이션 한 후 그 위에 창호지 조각을 붙입니다.

깔끔한 작품, 그런게 아닙니다. 그냥 툭 던지는 것 처럼, 삐툴어 질 때도 있고 ' 건성' 이지만,

그러나 그 예쁜 ' 첨삭' 이 화룡점정이므로 항상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양지바른 가을 햇빛이 쏟아지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말라가는 꽃잎을, 한없이 보고있는 어린 딸을 위해서도 그러셨을 겁니다.

 

어제 일요일, 마루 가득 들어오는 햇빛을 즐기며, 가족 점토에 화선지를 붙이고(대충) 색물을 들였습니다.

 

 돌, 흙입니다

 

 

나무입니다 

 

 아이들 전래동화 그림책에, 오색구름에 쌓여 홀연히 나타나는 ... 그런 표현이 있습니다. 구름입니다, 관을 쓴 관세음 보살일수도....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흙과 나무와 구름이 꿈을 꾸는 사람을 자켜보고 있습니다.

                                                                           그의 마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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