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정성精誠

torana3 2012. 10. 19. 09:18

 

산 아래 식당집을 지나쳐 오는데, 나무에 온전히 잘 엮은 거미줄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거미 포비아가 있지만,  햇빛 받아 반짝거리는, 이슬을 대롱대롱 매달은 거미줄의 정교함에는 늘 감탄합니다.

역광이라 사진은 실패 했지만, 그 너머 가지런히 쌓아놓은 통나무 땔감이 눈에 들어 옵니다.

 

남편의 고향집. 결혼하고 한 10년은 아궁이를 쓰는 구식 건물 그대로라,

겨울 초입이 되면 허청에, 겨우내 쓸 땔감을 들여 놓으시고 흐뭇해 하시던 어머니...

어느해 명절. 어둑한 부엌에서 부뚜막 가마솥에 큰 시루를 얹어 떡을 앉치고

 잔가지를 꺽어 아궁이에 던져 넣으며, 무어라 중얼거리시면서 몇시간을 그러고 앉아 있으시던, 그 작은 실루엣이

그리움에 울컥 마음을 칩니다..

떡이 설지 않고 잘 익으라는 기도를 하시는 중이셨습니다. 그시간은 무념으로 떡을 만드는데만 정성을 기울입니다.

어머니는 아버님이 일구어낸 큰 농사 덕에 , 들락거리는 손님, 일도우는 이들, 마을 사람들을

먹이느라고 항상 많은 음식을 해내셨으며, 제가 시집에 들어간 이후로도, 기억에, 음식을 실패 하시는 적이 없습니다만,

그렇게 항상, 소홀히 하시지 않고 정성을 들이셨습니다.

 

살아온 날 들을 돌아 봅니다.

참으로 바쁘게, 주어진 일을 마다 않고 항상 조바심 치면서도 해내었습니다.

나의 즐거움 보다는 아이들, 가족, 직장이 우선이 었습니다.  타인에 가능하면 배려 하려 하였고,

허망한 일들에는 마음두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정성이 있었던가.. 아이들 학교 보내느라고 깨우고 밥차려 내고 하면서도, 직장일이 뇌리에 남아있고,

그 아이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겨를 없이 내마음, 내 짐작대로 일방적으로 주려했고,

한번씩 어긋나고 지치면, 쌓인 감정을 함부로 휘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무리없이 다 해내었다 해도, 언제나 마음은 나한테 있었습니다. 나의 원망, 소망, 욕구, 판단,

그런것들을 정해 놓고, 그리 맞추려 했으며, 그렇게 끌고 가려고 했던 것이, 소위 내가 행했던 사랑이며 배려입니다.

 

내마음을 그에게 오롯이 넣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내 불안과 분노와 낙을 그가 마치 내 마음인 것 처럼, 그에게 던져 놓고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게 기도 인줄 알았습니다.

 

苦나 樂이나 우주의 일루젼이랍니다.

바라는 바가 있는 곳에 천당과 지옥이 만들어 진답니다.

바라는 바를 내려 놓으면, 천당과 지옥도 사라집니다.

그 내려놓은 빈자리... 거기에 들어 가는 것이 바로 정성精誠이라고...

 

맑은 가을 아침, 멀리 가신 어머니 가 일러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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