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간 여행

torana3 2012. 9. 17. 12:36

주말, 근처에 가벼운 볼 일이 있어, shortcut 로 고속 도로에 진입 했다가, 나들목을 무심히 지나쳐 버렸으나,

반대편 상행선 도로가 완전히 정체 되어 되돌아 오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문득' 성묘나 다녀오자' 합니다.

고향에 다니러 가는 일을 언제나 마음에 두고 있으나, 명절, 벌초, 제사 등 집안의 의식에 대해서는 , 소홀한 편입니다.

 하는일이 바쁘다는 핑계도 대지만 실은 양쪽 집안의 형제가 많은 중에 서열이 아랫쪽이라 책임감도 부족한 것이지요.

나이가 들고 보니 그간에 옳다, 그르다, 분별하며 자만 한 일들이 별 부질 없으며, 마음이 자꾸 고향으로 끌리는것은 상정常情인 모양입니다.

 

저야, 언제나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상황을 즐기는 편이라, 반대 할 이유 없지만,

트래픽이 심한 주말 장거리 나들이를 싫어하는 남편도 ' 어머니가 부르시는 모양이다' 며 흔쾌히 받아 들입니다.

 

길이 많이 밀렸습니다.

잡다한 수다도, 청명한 가을의 들판을 즐기기도 지루하여, 음악을 듣습니다.

우리는  생활의 방식, 삶의 주된 방향이나 목표, 철학은 비슷하나, 소소한 취향에서 많이 다릅니다.

제가 좀 느리고 쳐지는 정서적인 음악을 골라내니, 타박합니다. 경쾌하고, 미래 지향의 밝은 류를 듣고 싶어합니다.

저는  현재의 일들을 과거의 어느 싯점과 연결 시키는 일들을 좋아 합니다.  어쩌면 과거 지향 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제가 살던 어린시절의 고향집 만큼이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늘 들리던 시댁의 고향 마을은 참 사연이 많습니다.

길이 너무 많이 뚫려 옛날, 풀이 정강이 까지 자라 올라, 발이 빠질까 조심스럽던 좁은 논 두렁 조차 잘닦여 있어

그 사이사이에, 겨우 흔적을 찾아내어, 맞춰나갑니다.

제 첫 직장이 어머니집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주말에 두 돌 큰애와  아직 못 걷던 작은 애 품에 안고

바람 치는 그 언덕 내려와 시외 버스를 기다리던,  어머니가 따라 나오셨다가  바람 가리다, 버스 오나 목빼어 길 끝 보다 하시던

 그 길도 ( 아직 남편은 서울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한 때 큰 동네로 학생수가 많았다던, 마을 국민학교는 마당에 풀이 자라고, 마치 폐교처럼, 한가합니다.

남에게 주어버린  옛 집을 들어 갈수는 없어서, 지붕만 생경스러운 밝은 색으로 바꾼, 몸체와 허청, 창고, 감나무를

먼발치에서 눈으로만 훑어 봅니다. 그안에 아직 있을 겁니다.

곡식 말리느라고 넓게 다져놓은 마당에서 햇빛 좋은 날, 바지랑대로 받쳐놓은 줄에 빨래 널고,

여름날, 큰 대야 두개에 물 받아  물장구 치고 놀던 아이들 그 맑고 초롱한 눈망울,

모기불 펴놓은 평상에 누워 별을 헤이던 그 밤. 이수인의 별이나, 별이 삼형제 노래 자장가 삼아 불러주던

그 시절이 마치 시간을 접어 버린듯이 옆에 다가서 있습니다.

 

그 무렵의 어느 여름 휴가에 적은 시. 날짜는 없네요

 

 별  위에 누워

 

처음에는 나란히 마주보고 있었거든

 

깊은 하늘 속에서 톡 튀어나와

반가히 아는체 하기에  유심히 보았더니,

그래 이제 알겠어,

어릴 때 내마음에 머물렀던 그 별 빛이야,

그토록 긴 세월을 떠나 있었는데,

어쩌면 스러지지도 않고 그대로 있었던거야

 

두손 깍지끼어 머리뒤에 받치고 반듯이 누워

별 빛이 잡아 끄는 대로 마음을 놓아 주었거든,

몸이 둥실 떠오르다가 하늘 속으로 잠기어 들어가

잠시 숨이 턱 막히는 가 했더니

어느새 내가 별위에 누워있게 되더군

 

 사느라 여기 저기 헤메고 다니다가

언제라도 감았던 눈을 떠보면

내 가 태어나던  그 날

먼시간으로부터 달려와

내 눈에 박혔던 그 별 빛이 여전히 거기 있었던 거야

지금처럼 제위에 올려놓고는 흔들흔들 얼르고 있었던거야

 

내일이든 모레든  그 후의 언제까라도

내가 죽어서 사라진 다음에도 여전히 그 별 빛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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