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지역의 신문에 꾸준히 수필도 내셨고, 교육자로 존경도 받으셨던터라 고향에서는 꽤 유명 인사셨습니다.
그리고 오빠들이 공부를 잘했기때문에, 어머니도, 대학의 교수를 하셔서, 언젠가 신문에서 우리가족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10살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어느날, 학교로 기자 한분이 찾아 오셔서, 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아버지가 근무 하시는 학교로 데리고 갔습니다.
집에서 가족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일을,아이들 학비 대느라, 쪼들리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몽상가라, 집안을 정갈하게 꾸미는것에 무관심 한데다가, 친척 언니가 살림을 봐 주셨는데,
고집세고 자기 마음대로인 그분을, 일을 제대로 하건 안하건 내버려 두어서 우리집은... 신문에 공개 할 만한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가족 사진이라는 것을 찍을 만큼 모여있을 시간이 없게 다들 자기일에 바쁘기도 하고
이런 사정으로, 아마 막내인 나랑 아버지만 촬영하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나온 우리 부녀의 활짝 웃는 사진이 보기는 좋았지만, 아버지 학교의 화단이 우리집이 아니라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 기사의 내용, 화목, 웃음꽃, 모여서 하루일을 이야기하는, 편을 만들어 게임이나 여가를 즐기는 이런 묘사를 ..
남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닐 까, 어린 저는 죄의식까지 느꼈습니다.
밥상머리에서 쇼펜하우어나, 니체와 세익스피어 세잔을 귀동냥으로 배웠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늘 열렬한 토론이 있었고, 우리보다 어려운 형편의 이웃 들과, 전혀 거리없이 어울렸으며
어머니는 소위 남에게' 퍼주기 좋아 하는 ' 분이셨습니다. 아이의 행동에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으셨고, 어른의 일이나,
어른들이 보는 책이나 잡지도' 금지' 하지 않으셨으며, 집안 온통 낙서 투성이여도, 오빠들이 밤새 포커치고 한 낮이 되어 일어나도,
학생 때 담배를 피워도 , 몰래 격투기를 배웠다는 것을 아셨을 때도 그리고 저금을 빼다가 써버렸을 때도
불러다 야단 치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어떤 배우자 감를 데리고 와도 안된다 하시지 않으셨고 당부와 허락만 하셨습니다.
평생 어머니로 부터 단 한번 야단 맞은일이, 나를 키워 준 친척언니에게, 어린마음에 소설에서 보고 한번 써보고 싶어서 ' 부엌언니'
라고 말했다가, 무섭게 화를 내셔서,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경계를 분명히 하셨습니다.
모여서 깔깔 거리고, 그 날 있었던 모험담, 맛있는 음식 만들어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만
우리 가족의 풍경이 ' 남보기에 부러운 모범적인 가정' 이야기 거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베이슨의 이중구속' double bind' 은 저희들 수련중에 임상의 증례에서 많이 인용하던 용어입니다.
예로, 폭력은 안된다 라 말하면서, 맞고 들어온 자녀에게, 왜 두들겨 패서라도 이기지 못했느냐는 상반된 말과 행동을 말합니다.
인간의 갈등과 혼란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양육방식이라는 것이 1950년대에 나온 이론이며,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너무도 그런일이 비일비재하여 ,
아니면, 이상은 축소되고 현실만이 중요하여, 굳이 이중구속의 수고를 할 필요도 없게 되었는지 모릅니다만..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들을 양육할 때, 암기, 반복 연산등이 좋지 않다하여 접하지 못하게 하고, 학습을 위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
자유롭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 하기를 바랬으면서도, 그 재능이라는 것이 사회의, 시대의 조류에 부합 되는가,
이 엄청난 교육의 레이스에서 앞서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이중구속의 반복 , 그러나 그 자체보다도,
양육자로서의 감정적 혼란과 불안이 아이에게 정서적인 해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후회 됩니다만
지금은, 그 모든 것 보다도 ' 내가 다른 인생을 조정manipulation 할 수 없다,' 로 그 후회조차도 거둬 드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 신문에서, 입학사정 강화, 자기 소개서의 대필등의 기사를 보았기 때문에 이어나온 상념들입니다.
자기 소개서를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무한히 반복과 연습, 시험 통과 를 위한 기계화된 인간 훈련 ,
자기를 알리는 일에 대해 해본일이 없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남들이 보기에 그럴 듯한 소개가 아닌 자랑의 문구를 복사 만 해온
그 자기 소개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이런말' 그 내용이 진실성을 확인하기위해 면접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물어 보기로 했다'는 해결 방식.
아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의 취조를 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교수님들의 견해가 그게 아닌데 기사투로 왜곡 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추를 수확하는 주인 옆에 다소곳이 동무해주고 있습니다. 바랄 것 없이 행복해 보이네요..
아, 흥분하지 말자.. 하면서, 언덕 올라오는 길에 눈 마주치고 큰 숨 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