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묵화

torana3 2012. 9. 5. 09:44

1. 복고풍에 대한 향수가 최근 문화 콘탠츠로 유행 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1990년 대이니,

우리는 노스탤지어를 일반화 할 수 도 없을 만큼, 나이 든 세대로 밀려나버린 것은 아닌지.

78년도에 대학에 입학하여 유신시대의 말기- 가히 혁명적인 체제의 균열- 그리고 실패- 어둠으로의 회귀를

청년기에 겪었습니다. 당시 시를 쓰는 친구 들이 많았는데, 랭보나 로트레아몽, 보들레르와 유사한

 절망, 위악,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가학적 성애묘사, 길고 난해한 단어의 나열로

시 하나가 한 두페이지를 넘어가는 그런 시가 유행 하였습니다.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의 연재가 끝나 하길종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고, 조해일의 겨울 여자, 조세희의 난장이..

배창호 고래사냥,  그런, 우리가 처절하게 절망하고 고민하고, 무력해 한다는 것을 어떻게든 보여주는 것이 청년들의 문화였던 것 같습니다.

 

2. 아침 신문에 하이쿠 몇 수가 소개 되어 있습니다.

 

*목욕한 물을

버릴 곳이 없다

온통 벌레들 울음소리-

 

*돌아 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주게,

귀뚜라미여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나 역시 외로우니,

이 가을저녁

 

일촉즉발, 촌철살인...  고독했고, 생로병사의 극한을 시로 승화 시켰다.고 해설을 덧붙여 놨습니다.

 

기발한 짧은 말들이 SNS에서 넘쳐 납니다. 내 옆에 작은 풀벌레 하나에, 무생물인 그림속의 인물에게 까지

깊은 고민과 연민과  공생을 염두에 두었는 지... 그저 혀끝의 바늘 로 타인에 톡 찌르는 순간의 쾌감을 즐기는 것인지..

저도, 그러는 것은 아닌지..경계하고 반성 할 일입니다.

 

3.

"번짐이 심한 화선지에 그리는 수묵화는 .. 현장에서 특정 대상을 관찰하며 그릴 수 없다, 고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순간

운필의 음악적 연속성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뼈속 깊숙히 저장해 두어야 한다...

기억에 젖어 그리는 그림이다... http://blog.daum.net/hanlbat/17200775"

 

몇 년전 겨울, 참 고단한 사춘기를 보낸 아들과 진동리 하늘밭 화실을 찾았습니다.

둘이 같이, 수묵화 실습을 짧은 시간 받았습니다.

붓의 놀림 , 동작 하나 하나 ,마치 학의 날개짓, 고갯짓 ..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혼자 연습을 해보려고 했지만,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삶이 그에 젖어 있어야 될 일입니다.

 

아들이 초등 학교 때, 광주의 비엔날레 방문.. 애가 갑자기 사라져, 넓은 전시장을 다 뒤지고 다니는데

어느 컴컴한 방, 대형 스크린에 프로 젝트된 물, 불이라는 추상 작품에 넋을 잃고 서있습니다.

그 보다 어렸을 때, 겨울, 눈이 많이 내린 날, 공원을 산책 하는데, 털 모자를 얼굴 다 가리게 당겨 쓰더니, 그 눈 밭에

얼굴을 묻고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를 않습니다. 한 참 후에 앞서간 우리를 따라 옵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쉽게 습득하는 세상의 일들은 참 더디게도 따라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늘 남보다 힘겹게 대열에 합류하느라 애를 씁니다.  그런데..포기 하지 않고 참 애를 많이 씁니다.

 

 내심, 예술을 했으면 .. 그리 소망 했습니다. .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렸고,알아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어려서 느꼈던 그 희열을, 다시 즐기면서 그렇게  살아 가기를 바랍니다.

 

 

                                                                                                   진동리 전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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