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병원이 싫습니다. 의과대학에 다닐 때, 임상실습부터는 병원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심호흡도 하고, 마음을 다 잡고 들어 가야 했습니다.
전문의가 된 이후에는, 따로 진료실이 있었으며, ( 별 의학적 도구 없이, 그림을 벽에 장식하고, 잔잔한 음악을 들어도 되는)
사실, 정신과 병동은 병원분위기는 아니기때문에, 그리고, 습관과 훈련으로, 병원 환경에 대해서 크게 의식 하지는 않지만,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미루게 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징후들이 생기니, 좀 걱정도 되고, 하는 수 없이 최근 몇개 과에서 체크를 받았습니다.
결과를 기다리기가 초조하고, 그간에 소홀했던 건강관리에 대해 야단 듣지 않을 까 주눅도 들고 그랬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란, 생각보다도 대단히 의지 하게 되는, 중요한 대상이더군요.
같은 진단에 대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해서, 다른 두분과 차례로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먹어야 할 약, 예후, 생활방식에 대한 처방은 차이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한 분은, 마치 공포스러운 페어리 테일처럼, 잔뜩 겁을 주고, 또 한분은, 가벼운 농담 처럼, 몸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자연 스럽게 익숙해지고 받아 들일 수 있게, 설명합니다.
이게 이런 놈인데, 이리저리 다루면 되고, 나중에 다시 봐줄테니, 잘 지내보라는 그런 느낌으로,
한 비만 관리 병원의 광고 영상 콘티가 재미있습니다.
비만을 암시하는 통통한 욕심장이 어린아이로 의인화된 살덩어리가, 예쁜 여자의 몸의 일부에 천연덕스럽게 들러 붙어 있다가,
의사에게 꽉 붙들려, 울면서 이별하는 내용입니다.
병에 걸리게 된 일도, 앓고 있는 현재도, 회복해야 하는 것도 다 내 안에서 일어 나는 일입니다.
마치 내가 절대 겪어서는 안될 일을 당하는 것 처럼, 적군이 침략해 온 것 처럼, 긴장하고, 겁을 먹고
병을 다루는것이, 그렇게 적대적으로, 전쟁을 치루는 것 처럼, 투사적으로 분류하고 격파하는 식으로 말고,
채광이 잘되어 있는 밝은 방에서, 음악이 흐르는 것 처럼, 부드럽게, 상냥하게 환부를 바라보고, 달래고 다스리고,
이전보다는 치료의 기술이 대단히 발달 해 졌으므로, 의사는 그정도는 자신감을 가지고, 진료에 임해도 되지 않을 까,
로비랑, 대기실을 어슬렁 거리면서, 드는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문득 떠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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