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2월
땅 속 어디서인가 스며 들어 있던 물이
걸르고 걸러서 맑아진 물이
벌어진 틈새로 솟아 나와 고이는 그 샘물이
그 안에 뒹구는 티끌도 다 드러나는 맑은 물에
작은 애벌레 몇마리가 꿈틀거리는데,
징그럽기는 해도 그대로 두어도 좋을 듯 하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흰 자갈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조금만 떠내버리면 물이 많이 고일 것 같아
겨우 삽하나 구해 가지고
허둥지둥 되 돌아 와보니
소나무 둥치에 기대 앉은 모르는 노인이
소리소리 지르며 욕을 합니다.
삽을 움켜쥐고 정신없이 도망쳐 내려오다가
그만 우물을 지나쳐 버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