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0월
안개 가루가 부숴지는 새벽
마른 강아지 풀은 이슬 머금고
논 바닥에 나락묶음이 누워 있다.
아이가 사색을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할까,
" 엄마, 살고 죽는 이유가 뭘까,
나는 무어야,
왜 사랑을 하면 마음이 아프지?"
아이가 말을 배우면 무얼 물을까
" 저기 키 큰 나무 이름은 무어야,
왜 누렁 송아지는 뿔이 없어,
엄마, 사랑이 무어야?"
아! 聖스러운 천진함이여!
엄마는 부지런히 말을 배워야 겠다.
엄마는 힘겨운 사색을 또 해야겠다.
그러나, 아직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생각은, 짙은 안개속에서, 갈피를 못잡습니다.
지난달, 초에, 친하던 동료 한분이 아파서 휴직을 했습니다. 새벽에, 산에 올라갔다 해서, 급히 뒤쫒아 올라가 보았는데, 길이 어긋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날, 보기 드물게, 안개가 짙게 깔려, 형체를 알 수 없게.. 만질 수도 없게.. 제 서러움이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