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덧니를 보내며 弔齒文

torana3 2021. 8. 23. 11:16

1. 드디어 치과 문제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노화 과정의  실감 나는 신호입니다. 어머니는 훌륭한 대화 상대이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자세를 알려주셨지만 어린 아이의 양육에는 게으르셔서 제 치아 상태는 엉망이고,  영구치가 부정 교합이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으셨고 , 그 정서는 그대로 저에게 전달 되어, 덧니를 가진 것을 단 한번도 의식 하지 않고... 늙어 버렸는데 아무튼 제일 먼저 발치를 할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워낙 당당 해서, 어릴적 내 동무 들은 덧니가 매력적이라고 부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중니의 아래 치아 상태도 형편 없어서 둘다 발치하고 나니 꽤 큰 빈공간이 생겨 버렸습니다.  아그렇게 오랜 세월 입안에서 그 존재를 주지 시키더니, 나의 육체중에 제일 먼저 소멸하고야 말았습니다.

 

2. 워낙 치열이 제멋대로여서 임플란트를 하는 것은  대학병원에서 시술 할 수 없다고 제 동네 치과 주치의는선언 해 버렸습니다. 이십년간 상냥하게 마술적으로 관리를 해주던 성실한 이 여의사를 제가 의존 하던 터라 느닷없는 분리불안 까지 생겨, 우선 우선 의치를 만들어 끼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의 성격대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예후를 다 설명하고나서야 다시 정성껏 교정해줍니다.

어머니 생각을 또했습니다. 임플란트가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이라 해도, 틀니 조차 완강히 거부 하시고 몇개 안 남은

당신의 치아를 가지고 있다가 가셨습니다. 나이들어 하는 행동과 마음 까지도, 제가 닮으려나 봅니다. 

그냥 임플란트 없이 버텨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만큼 세상일에 고집 스럽지는 않겠지만, 실이 온 방식을 고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넷플릭스 덕분에 좋아 하는 드라마 몰아 보기가 요즈음 유일한 멍때리기 휴식 입니다.

응답 시리즈 끝내고 다시 미생을 보고 있습니다.( 간결한 대사, 현실감있는 캐릭터 연구와 빈틈없는 세트까지 연출의 기법이 감탄 스럽습니다.

한 수 배운 에피소드.

우유부단의 끝판왕인 박대리는 대기업의 우월한 위치에도 불구 하고, 협상에서 매번 호구 노릇을 합니다. 

장그래는 바둑판위의 수 많은 전쟁을 겪은 전략가답게, 박대리에게 냉철하고 강하게 임하도록 훈수 합니다.

그러나 박대리는  자기의 잘못이라며 비리를 저지른 상대 기업을 선처 해달라고 본사의 임원들에게 보고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박대리의 업체를 대하는 신의와, 낭만적인 선함이  일도 잘 해결되며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장그래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도 위로가 됩니다. 내가 행했던 나만의 방식은 , 살아 오면서 인간관계에서, 또는 직업 적인 상황에서

오해와 편견 또는 반대 의견으로 자괴감을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굳이 고치지 않아도, 새로운 방식을 익히지 않아도,

그저 하나씩 닳아 빠져 쓸모 없어져서, 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나의 방식대로 그저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나의 오랜 동반자, 덧니 처럼....

 

우란 분절, 봉은사에 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시부모님 등을 이쯤 어디 달았을 겁니다. 굳이 내 등이 어디있나 찾지 않아도, 만약에  당신들이 들르셨다면, 등 아래 지나가는 사랑스러운 딸을 내려다 보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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