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명절 휴가 동안 있었던 일

torana3 2021. 9. 23. 08:46

긴 연휴 마치고 출근 합니다. 

일상의 리듬이 잠시 멈추는 시간에는 격랑처럼 흐르는 시간에서 잠시 빠져 나와 관조 할 수 있습니다. 

 

꿈.

오랜만에 생생한 꿈이 , 깬 후에도 기억납니다.

 

1. 한 유명인 , 좀 ugly 한( 순 제 인상입니다. ). 그가 자기 자신의 행동을 보고 있습니다. 

근데 자기 모습을 보면서 두려워 합니다. - 강하게 기억 되는 요지이며 다른 장면들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깨침이 문득 들었습니다.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비난하고, 원망과 수치심으로 숨어 버리고 싶고 심지어는 아예 사라져 버리기를 저주 하는 일도. 때로 타인에 투사 하고 공격적이라 할 지라도 그로 인한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평정을 깨뜨리고 소진해 버리는 자기 파괴적 행동입니다. 세상에 가장 두려운 사람은 자기자신일 지도 모른다... 그랬습니다.

 

2. 밖에 나와 아파트의 우리집을 올려다보니, 베란다의 난간에 큰 바윗돌이 켜켜히 쌓여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버릴 듯 합니다. 남편은 곁에 있지만 못 본 것 같습니다. 수습하기 위해 급히 올아갑니다. 엘리베이터는 느리고 버튼을 잘 못 누르고 다른 사람들이 마치 방해 라도 하는 것 처럼 들락 거려, 초조합니다. 급히 집으로 들어가 바윗돌을 거실 안으로 옮겨 놓는데 생각보다 작고 무겁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 옮기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다시 내려오는데 한시간은 족히 걸린 듯 합니다. 

요즘들어 부쩍 건망증이 심해서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발견, 외출 할 때 두고온 물건을 찾으러 돌아가는  일이 허다합니다. 도저히 감당 못할 , 해야할 일의 리스트를 여전히 줄이지 못하며, 사소한 불편함에 조바심을 냅니다. (세탁기가 망가져서 수리기사를 불러야 하는 일상의 작은 일 들)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마음 다 내려 놓고 적응 하려 하니 과거의 내가 무의식 에서 튀어 나와 , 여전히 삶을 어수선하고 엉망으로 보이도록 유도 합니다. 

 

해마다 명절에 안부 주는 제 첫 환자. - 정신과 의사 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한 그 남편분으로 부터 

다시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어린시절의 동네 친구로 연인으로 만나, 결혼 하였고 심각한 정신 질환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입원하여 제가 주치의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곧 직장을 그만두고 ( 편집증의 주된 내용이 남편에 대한  의심입니다) 평생 아내의 뒷바라지를 했으며 그 부부는 제 옮겨 다니는 직장에 진료를 받기 위해  , 나중에는  놀러 오는 오랜 친구로 지냈습니다. 

 

 긴 메세지, 잃어 버릴 까봐 복사 해 놓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흰 휴양차 시골 산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보이는게 산,하늘,계곡물, 너른 저수지 그 길따라 새소리, 물흐르는 소리 들으며 걷는게 일상입니다 
ㅇ ㅎ 엄마는 말 수는 거의 없고 가끔 불안해 하고 거동이 불편하지만 종일 앉아서  지내고있습니다 
치매 검사도 해야하는데 병원에 예약만 해놓고 한사코 갈려고 안해 못갔습니다
여기서는 명절이 오는지 가는지 바깥 일은 잘 모르고 살아도 하루 해는 바람처럼 빨리도 지나가네요

가족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한 나날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참 자랑을 빠뜨렸네요.밥상도 잘 차려주고 설겆이도 잘 한답니다 
그리고 상대편에 대한 배려, ㅇ ㅎ (딸),저에 대한 걱정도 많지요'

 

전설 처럼 아프고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추: 정신질환으로 부터 회복 되는 신호로 제가 체크하는 요소가 -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기 시작 하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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