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나리 보다는 미시마 유키오의 뒤틀리고 폭팔적인 정열, 빙점의 복수와 용서 구원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 선호 했습니다만, 그러나 뒤에 나오는 긴 일본적인 스토리는 잊어 버려도 설국의 첫 문장,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는 그 감성을 한번씩 느끼게 됩니다.
타지에서 돌아오는 귀향의 설레임, 그러나 불안함, 긴장... 마치 백일몽을 꾸는 듯한 인상입니다.
출근길.
버스 서너 정거장 밖에 안되는 작은 읍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보통의 시골 풍경입니다.
이제 막 겨울의 신고辛苦를 지나온, 앙상한 가지에 봄의 전조가 감싸고, 현란한 개나리, 진달래의 원색으로 눈이 부시나,
반대편 길 가에는 마른덩쿨이 미이라 처럼 음산하게 엉켜있고 차도 별로 다니지 않은 쭉 뻗은 고속화 도로의 교차로,
멋부린 전원주택들, 건물만 덩그러니, 일 년이상 비어 있던 시골학교 교정들을 무심히 스치다가
우측 으로 난 길로 방향을 틀면 , 갑자기 달라지는 풍경이 문득 다가서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으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계속 이어지는 평범한 길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 있는 장소. 거기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
해가뜨고 지는, 꽃이 피고 지는 바람이 불고 걱정하고 다투고 그리고 실없는 농담으로 한숨과 설움을 잠시 잊는.
그 곳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이럴 것입니다..안심 들뜸, 이미 지나갔으나 절망과 두려움의 잔잔한 파동.산다는 것.
남아 있는 나날, 내가 가야 하는 그 길은 처음 본, 낯선 곳이 아닌것 같습니다.,
나는, 언젠가 보았던, 그리운 그 곳으로 돌아 가고 있는 중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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