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척 잘못된 습관 중 하나.
예를 들면 말린 빨래를 개켜서 옷장에 넣어 두러 간김에 겨울옷을 정리하고
새 수건 욕실 장에 넣어 두러 간김에 화장실 청소하고
즉 한가지 일을 끝내지 않고 한꺼번에 두 세가지일을 한꺼번에 하게 됩니다.
남의 일에 비교적 무심한 남편이 급기야, 컴플레인 할 때까지 나의 멀티 태스킹은 멈추지 못합니다.
이건 약간 기질 상의 문제도 있어서, 어머니를 닮은 듯 합니다.
산후조리 하신다면서 아이의 천기저귀가 하나 나올 때마다 벌떡 일어 나셔서 세탁하시는 등, 잠시도 가만 안계셔서
잔뜩 예민해진 터에 짜증부리고 이내 후회하던 일도 기억 납니다.
어쩌면 바쁘게 사는 모녀간의 닮은 꼴 생활 방식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만,
퍼블리쉬를 만드느라고 의국 테이블에 자료를 잔뜩 벌려 놓고 치우지도 않은체 다른일을 보러 가거나,
중요한 의논중에 떠오른 다른 아이디어를 불쑥 꺼냈다가 선배들의 지청구를 들었던 수련시절의 일도 부지기수.
보통사람들이 차근하게 계획을 세워서 메모하고 체크하면서 하는 일을 저는
넓게 펼쳐놓고 다 늘어 놓은 다음 조망하듯 보면서 두세가지씩 분류해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남이 볼 때는 산만함의 극치일 듯 합니다.
실은 신체적 감각이나 운동신경이 둔해지기 시작한지 한참 전입니다.
얼마 못가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인지하는 일도 그것을 실행할 운동력도 급격히 상실 될 것입니다.
좋은 평을 받은 영화나, 책을 무조건 봐야하고 구입하던 것을 어림없지만 습관 처럼 저장 해 두었다가 delete 해버리고
집안일이나 병원일도, second thought , 포기 하기 , 다른사람에게 미루기.'내가 아니어도'를 주문 처럼 외우기..
가까스로 참아냅니다.
" 하지만 나역시 홀로 우뚝서서 모든 것을 드러낼 수는 없는 것이다."
" 학문과 지식은 번뇌의 근원이며 모든 학문을 끊으면 번뇌와 근심이 사라진다" 絶學無憂
왜 외부로 부터의 앎을 끊어야 하냐면 내안에서 일어 나고 있는 변화를 감지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몸이나 감각 정신력이 쇠퇴해짐에 익숙 해야 합니다.
"... 만물이 일어나고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무성했다가 다시 그 뿌리로 돌아가는
천명으로 돌아가는 영원함을 앎. 道는 영원함. 그러므로 죽을 때까지 위태하지 않다. 沒身不殆 노자 도덕경
보문사의 오백나한입니다. 한가지 씩 아상我相 을 붙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