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버이날, 병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가 있었습니다.
초청된 가수 들이, 배호를 기리는 단체에 소속 되어 있답니다. 그러니 주로 배호가 불렀던 노래들이 선곡되어 있었습니다.
요절한 가수 배호.
어린시절,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오빠가 친구들과 다방에서 놀고 있는데, 누군가 배호가 죽었데, 했더니 다방안에 여기저기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 ( 하여간 제 기억에 그랬습니다) 아마 그가 투병중이어서 온 국민의 관심사 였던 것 같습니다.
자라면서 ,소년기의 특성상, 트로트 가요에 대한 편견으로 그리 즐겨듣지는 않았지만,
지난번에 근무했던 병원에서( 거기도 만성환자들이 입원해 있던 곳이라 연세 있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 주에 한번씩 구룹미팅을 할 때,
대화가 막히고 원할 하지 않을 때 sing along 을 자주했는데, 가장 많이 나왔던 노래가, 안개 낀 장충단 공원 , 돌아가는 삼각지, 꿈꾸는 백마강 등이었습니다
환청으로 자폐적이며, 인지 능력도 퇴화된 그분 들이, 젊어서 들었던 그 노래의 가사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잇는 것이 신기 했습니다.
아무튼, 저음의, 한 서린듯한 독특한 창법은 그 자체로 공감하기가 쉬었던 듯, 다 나이들어 즐겨듣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도, 어쩐지 눈물이 나는, 참 고달프고, 허무하며, 옛 추억이 그리운, 정서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다음 날, 회진 중에, 한 할아버지와 대화
- 어제 공연 좋으 셨어요,?
입원 시킨 자녀에 대한 원망, 더 아픈 아내 때문에, 공연한 성미 부리시고 무관심, 무표정으로 지내셨었습니다.
큰 눈망울이 갑자기 촉촉 해지십니다.
-내가, 열 몇살 때 삼각지에 있는 가구 공장에서 일 했는데, 배호의 사무실이 그 근처 였어요, 우리 공장에 자주 오셨는데,
나를 예뻐 하셔서, 같이 찍은 사진도 있어요, 딸에게 집 어디 있을 거라고 찾아 보라 했는데, 못 찾았어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무대에서도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내 십팔번이 돌아가는 삼각지에요,
끝내, 크엉하고 울음을 터뜨리십니다.
더듬거리며, 하시는 말 씀을 제가 정리에서 적은 겁니다.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 까지만,
앞뒤 정연하게 꿰 맞추어 기억을 정확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노인 들에게 옛 기억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물어 보는 것이 꼭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더 혼란 스러 질 수도, 반드시 좋은 일만 기억 해 낼 수도 없으며, 너무 쇠약하여 고통스러운 재반응을 견디기 어려우 실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나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 하게 되면,
단밖에 옛날 부터 잘 아는 사이 처럼 되어 버려서, 치료적 동맹이 수월 해집니다.
제가 받은 카네이션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로 장식 해 보았습니다. 실은 , 낯설은 나이든 모습을 가리느라 ...
왜, 점점 더 사소한, 작은 일에, 자주 눈물도 나고, 서글퍼 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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