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t

torana3 2018. 4. 3. 08:30

1978 년, 참 아득히도 먼 날이네요... 시험, 면접, 입학 준비로  여러번 다니다가,  학교근처에 작은 절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수선하게 3월을 보내고, 공연히 서울 생활이 주눅 들어 ,발랄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쓸쓸한 시간들,

 강의가 빈 시간에 혼자 그 절을 찾았습니다. 마당에 목련이 막 봉오리를 터뜨릴 무렵, 딱 이맘때.


대웅전 앞 , 볕이 잘 드는 댓돌에  스님 한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스무살 눈에는 어른 처럼 보였지만, 지금 제 나이보다 훨씬 젊은 여전히 번뇌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그 스님이 말을 건넵니다.

- 화두가 뭔지 아세요?

불교에 흠뻑 빠지신 어머니가, 뭐라 말하든, 일부러 관심 없어 하던 사춘기를 막 보낸터라,

그러나 어머니의 종교는 이미 마음에 꽉 들어 차 있어, 절을 찾기는 했지만 용어조차 생소했던 입문의 시기였습니다.

??

종이에 無라고 휘갈기듯 써서 건네줍니다.


그 후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기억 에 없지만, 화두와 무라는 단어가 마음 깊이  각인이 된 듯 합니다.


언젠가 無무 라는 단어를 내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실체가 없다면 도대체 이런 고통과 분노는 무엇이란 말인가,

붙들고 살 것도 없고, 목표와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 가?

경전의 말씀은 요지부동,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끝없이 不不不 無無無를 되뇌입니다.


 다시 無로 돌아옵니다.

따라온 것이 應입니다.  없이, 응하라, 행하라 , 應無所住

마치 천신 만고 끝에, 걸음 떼기를 배운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걷고 뛰는 것 처럼,

그 다음은 걷는 것이 무엇인지 알 필요도 없는 것 처럼,  모르면서도,  반응하고 움직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쉬운 일일듯 해도 그 차이는 산하나를 넘는 것 만큼의,  개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여전히흔들리며, 고통스럽고,  슬플 겁니다. 즐거움에 빠져들고 허망함을 잊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 마져도, 잊어버리고 여전히 응하고 행하는 것....無 속에서 노니는 것이라고... 봄꽃이 제 할 일을 하려 피어나는 것 처럼

잠시 쉼표를 찍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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