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개봉일 기다렸다가, 극장에 가서 본 영화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어둠 속에서 노트에 메모 까지 해가며 영화의 상징과 복선, 분석을 즐기고는 했는데,
요즈음은 , 느긋하게, 수동적으로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소위 힐링의 영화나 드라마만 골라 봅니다.
몇년전에 본 원작 영화, 두편, 여름/가을, 겨울/봄 보면서, 느꼈던 감흥에다가,
임순례 감독이 만들었다해서 진작,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런 장면들,
빈 집에 연기가 피어 오른다거나, 불이 켜지면 아침에 일찍보러와 흔연스러운 " 왔어?" 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또는 지나다가 담 장 너머로 사람의 흔적을 보면 멈추어서 확인하고는, 저녁에 일 다 마치고,
을씨년 스러운 빈집을 채워 줄, 식량이나, 집지키는 개를 챙겨 들고 오고 , 또는 떠나있던 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들려줍니다.
단절된 시간은 소실되고, 더불어 살아 왔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모든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 살고 있는 바로 그 장소입니다.
그 떠나가는 장소는 미지이며, 아주 먼 곳이라는 추상입니다. 구심점은 고향입니다.
나무위의 해오라기, 청개구리와 달팽이와 물과 햇빛, 다섯번째 태어난 백구, 흙과 새싹, 벌레...
읍내의 슈퍼와 작은 마을 은행, 자전거, 뙤약볕과 땀...탁월한 미장센입니다.
도시의 삶과 배치시킨것은, 좀 어색합니다만, 그런 스토리마져 없다면, 다큐멘터리 필름 같겠지요,
그래도 그런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최소한으로 한 것은 봐줄 만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희미한 흔적으로 처리 했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일본 색을 다 뺀 한국적 정서로 바꾼 것이 좋습니다.
굳이, 농촌의 현실을 미화 시킨 것이라거나, 환상이라고 비판 할 필요 없습니다.
영화에서도, 그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왕따도 있고, 구설수도 있고, 지저분한 위계 질서와 부조리가 있습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의 문화 공간처럼,
자연의 풍광과, 냄새와, 투박한 인정이 기쁠 수도 있는 겁니다.
어떤 장소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는가 보다는 인간이 꿈꾸는 행복에 대한 연상 입니다.
겨울 부터 시작 하는 영화의 플롯도 좋습니다.
모든 것이 죽어 버린 듯, 황망한 그 공간이 봄, 여름, 가을 을 보낸 후의 다음 겨울은 말 할 수 없이 풍요롭습니다.
허형만 시인의 싯구절 ( 교보문고에 걸린 글판의 시) 처럼.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
맛의 달인의 유미히라 유우잔은 도예가이기도 합니다. 토마도의 붉은 색을 그릇에 재현 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합니다.
조물주가 창조한 자연의 색은 ,인간에게 지고의 예술 혼을 연마시키는 모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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