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취미

torana3 2010. 10. 11. 09:03

아버지, 어머니는 글쓰기를 즐기셨습니다.

여기 저기서 청탁도 많이 받으셨으며,

모르는 사람들은 어머니가- 문학을 전공하시니- 아버지의 대필을 해주신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실은 그 반대 입니다.

아버지는 글의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원고를 만드셔서 모아 두셨고,

어머니가 간혹, 마감에 대지 못하시면 그 원고중에서 골라서 당신의 이름으로  보내셨습니다.

 

한 때 두분이 唱을 배우신 적이 있습니다.

전주는 창의 고장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한벽루 정자에 한 두사람 모여서 창을 하는

일반인들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선생을 두고 새벽에 나가 배우시기도 하고

라디오의 국악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청산리 벽계수야..." 같은

시조 창을 따라 부르기도 하셨습니다.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 갔을때, 셋이서  여행을 자주 떠났습니다.

주로 유명한 절을 찾아 다니는 답사 기행이었는데,

한 두군데는 역사에나 나오는 오지의 작은 암자를 찾아

수십리 길, 산과 시골의 흙길을, 라면 과자나 그런 것을 씹으며 찾아 가기도 했습니다.

어느해 여름,

영주의 부석사와 강원도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대관령 목장에서 학교를 마치고 잠시 실습겸, 취직해 있던 막내 오빠를 만나 합류하였으며,

그때, 갓 짜낸 진하고 따뜻한 우유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두 분의 선호가 다른점도 많습니다.

불교에 심취하셔서 열성을 보이시던,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기는 하셨지만,

시종 심드렁 하시고 간혹 딴지를 놓으셔서 어머니를 화나게 하신 적도 있는,

아버지는 T.V.를 즐겨 시청 하셨는데, 어머니가 소리가 시끄럽다시며  타박하셨습니다.

그러나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시면, 늦도록 긴 대화를 나누셨는데,

아이들 이야기, 지인들 평, 또는 심도있는 문학이나 철학이야기 들이어서

저는 나이 다 들도록, 두 분의 방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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