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하철 정거장에서

torana3 2010. 9. 30. 11:47
IN A STATIO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
Petals on a wet, black bough.   -Ezra Pound

지금 껏 근무처가 대부분 멀리 있어서 지하철 이용이 보통이었습니다.

자연광이나, 풍경이 차단된채, 고립된 공간안에, 속도감도 실감이 나지 않아 

인간에게 특별한 감성을 유발 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표정, 피곤함, 검은, 축축한 가지에 꽃잎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형광 빛 얼굴들, 유령과 같은... 에즈라 파운드의 이미지 그대로 입니다.

또는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에 나오는 지하철 씬. 우울한 상념, 마음속의 독백 들...

 이런 광경이 도시의 삶의 표본이라고도 보여 집니다.

몇 년전에 근무하던 직장이  어느 대학교와 같은 지하철 역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때는, 청춘의 아이들의 밝은 지저귐이 덩달아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K. 유니버시티 스테이션

 

그들의 우울한 걱정 조차

비 온 후의 청명함 처럼 눈이 부시다.

 

아무리 내가 무뚝뚝함을 가장 한들

그 풋풋한 젊음에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봄의 한 숨 처럼 슬며시 내쉬며

골짜기 구석구석 쌓인 얼음이 녹아 씻겨 내리며

은근한 綠葉, 연한  이끼의 자취가 드러난다.

지난 계절에 허겁지겁 묻어 두었던

안타까움, 설레임, 두근거림,

아련하게 저려오는 그 슬픈 그리움들을

이제는 드러 내 놓아도 좋은 그런 나이는 아니었던가,

 

지하철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그들과 나란히 내 마음의 톤을 어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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