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첫날, 석모도의 보문사에 다녀 왔습니다.
강화도의 언덕위 카페에서 언제 다리 완성되면 한 번 건너가보자, 하고 바라만 보다가
대개 드라이브의 종착지는 선착장 이편에서 그쳤었습니다.
남편은 늦더라도 한번 뱉은 약속은 언젠가는 실행합니다.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무슨일이든.
석모 대교 부터 절에 이르는 길이 모두 2차선 도로라, 휴일에는 엄청난 교통양이라 고생이 될 거라는 말이 맞습니다.
그 날은 추석 전날이라 아직 한산합니다.
그 작은 ( 그렇게 보이는 섬 안에) 벼가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너른 들판과. 끝없이 펼쳐지는 갯펄이,
가을 볕에 반짝거립니다. 더 멀리로는 고기 잡이 배들이 미동도 없이 머무릅니다.
그림같은 광경의 안에는 분주한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겠지요.
가파르기는 해도 멀지 않아 부처님께 다가가는 길이 힘들지가 않습니다.
바다건너, 작은 섬의 그 풍요로운 기운 을 옛사람들은 어찌 그렇게 찾아 낼 수 있었는지.
부처님의 시선으로 자애롭게 바라보며, 불쌍한 중생들을 달래려고 끌어 당기는 전망이 아름다운 바닷가
절로 , 여수의 향일암과 남해의 보리암, 더불어 삼대 사찰이 석모도의 보문사 랍니다.
향일암이 사람이 닿기 어려운 , 고독하고 장엄한 광경이라면, 보문사는 사람들 가까이 내려 앉아 있는 친밀함이 느껴진다고 남편이 말합니다.
경내에 울려 퍼지는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독경소리를 들으며 , 마애석불을 친견하러 오릅니다.
도중에 한번씩, 두고온 人間事를 멀리서 바라보라고 눈도 빌려 주시고
말씀도 들려 주십니다.
佛告無盡意菩薩 불고무진의보살
善男子 若有無量 선남자 약유무량
百千萬億衆生 受諸苦惱 백천만억중생 수제고뇌
聞是觀世音菩薩 一心稱名 문시관세음보살 일심칭명
觀世音菩薩 卽時 관세음보살 즉시
觀其音聲 皆得解脫 관기음성 개득해탈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한없는
백 천 만억 중생이 온갖 고통을 받을 때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른다면
관세음보살은 즉시로
그 음성을 듣고서 그들을 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 법화경 보문품
마애석불 좌상은 100여년전 두 선사가 조성한 아미타불입니다.
그 큰 바위위에, 최소한의 선만을 얕게 새겨 넣었습니다.
조각가가 남보기에 아름다운 정밀하고 화려한 조각을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성취를 드러내고 싶은 아만我慢이며 자신을 내려 놓지 못함입니다.
돌안에 깃들인 부처님의 마음을 , 그러나 한 線도 헛투루 긋지 않고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혼신의 힘을 다한
온전한 형상입니다. 돌에, 나무에, 사람에 부처님이 들어 있음을...알고 소중하게 받들라는 命으로 마음에 새깁니다.
석실에 모신 자연석 부처님, 누워계시는 부처님의 열반상, 오백나한, 오랜세월, 건드려 헤집지 않은 소나무숲,
멈추어서서 깊이 숨쉬며 감응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늘 가던 강화도의 카페에 들렀습니다.
우연히 동기동창의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래 저래 청년 시절, 공유한 추억이 많던 터라, 즐겁게 한담 했습니다.
독 항아리의 맨드라미와 백일홍, 타임리프트의 도구로 또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