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의 지난주 마무리 에피소드에서 무인도에 가지고 갈 단 한권의 책에 대해 말합니다.
저라면...
어머니의 논문집을 먼저 챙길겁니다.
회갑때 제자들이 헌정한 책으로 1980년대 초반, 인쇄가 조잡하고, 낡은 작은 책입니다.
한자가 많고 일본어 풍이라 읽기도 쉽지는 않습니다만, 성경이나, 불경처럼(읽는 목적이 아니라) 부적같은 용도입니다.
진짜로 아무도 없으며 혼자 지내는 무료하고 기다리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겁니다.
(유시민씨는 자연과의 교류를 위헤 칼 세이건 의 코스모스를 읽겠다 했지만, 저라면 제 기억하고 놀겠습니다)
우리의 젊은 시절에 나자신과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는 방식은 무의식의 흐름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월리암 포크너, 프로이드의 환자들.
그리고 이상의 날개와 박삼륭의 죽음의 한 연구 (이분이 최근에 영면 하셨습니다)
마침이 없는 수식과 단어가 지리멸렬하게 나열되어, 실은 난해하여 공감하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은 그것이 인간 정신의 본질입니다.
"잠든 인간은 시간의 실을, 세월과 삼라만상의 질서를 자기 몸둘레에 동그라미 처럼 감는다.
깨어나자 본능적으로 그것을 찾아, 거기서 자기가 차지하고 있는 지점과 , 깨어날 때까지 흘러간 때를 삽시간에
읽어내는데 종종 그것들의 배열은 얽히고 끊어진다."
의식은 이런식으로, 흐릅니다. 강물처럼, 저 상류의 온갖 냄새와 , 나뭇잎, 흙, 작은생물들을 담고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느 한순간, 어느지점으로 잘라낼 수가 없습니다.
단문과 명확하게 글쓰기가 미덕인 시대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길게 들어 줄 여유가 없습니다.
누구나 다 잘 알 수 있는 축약된 언어를 사용하여, 소셜네트워킹에서 소통합니다.
그안에서는 진정한 나를 드러내 보일 수도, 이해시킬 수 도 없습니다.
무의미해보이는 스쳐지나가는 깊이 묻혀서 간 혹, 꿈이나, 몽롱한 정신 속에서만 드러나는 나.
를 잊고 살아야만합니다.
알쓸신잡의 멤버들이, 어린애처럼 즐거워 하는 것은
그들의 지식의 자랑이나, 경제적 이득이 그 이유만은 아닐 겁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연상이 가는대로, 낄낄거리며,
물 흐르듯 하는 그 대화서 얻는 힐링의 시간. 그 흐름의 중간 중간, 아 하고 건져진 해답들,
따뜻한 우애, 정서적 공감, 은 지적호기심이나,과시적 허영에서 얻는 만족감과는 다릅니다.
푸르스트나 박삼륭이 묘사한, 한 두페이지를 마침표없이 넘어가는 긴 문장들이
컴퓨터라이즈되어가는 인간들에게는 퇴행된 정신이 될것입니다.
그러나 기계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창의적 발상은 그안에서 나올겁니다.
다시, 쉼표만 가끔 찍어가는 앞 뒤 안맞는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하하
30대 후반 프로이디언들과 공부하던 시기에 그린 그림입니다.
완전히 내면에서 흘러나온 이미지이며 생각의 단계에서 조작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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