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앙의 태도는 성향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멋대로, 내키는대로이며 자주 합리화 합니다.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절대자의 깊은 사랑을, 제 어머니가 주신 사랑과 동일시 하기 때문에
여전히 뻔뻔합니다.
남편의 볼 일에 묻어서 여수를 다녀왔습니다.
맘먹고도 가는 길인 향일암 참배를 일찌감치 제 여정에 끼워 넣습니다.
1989년 두째아이가 첫 돌 맞을 무렵, 지금 이맘 때 일 듯한데,
어머니 모시고 - 어머니는 당신이 주도해서 모든 일을 결정 하셨기 때문에 그 결정을 따라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스로 비 포장 도로를 , 두어시간 달려 갔다가 불편한 잠 자고 , 일출을 봤던 기억이, 아주 작은 마이크로스코프의 시야처럼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새벽에 혼자서 길을 나섭니다. 길따라 한번도 안 놓치고 바다가 연이어지는 그 도시의 풍광이
왜인지 제가 보았던 어떤 바닷가 도시보다 정겹게 느껴집니다.
더워지기 시작한 , 아침, 대웅전에 다다르니, 그날이 백중입니다.
석가탄신일은 휴일이라, 절에도 가고 참배도 했지만 백중 재일은 참석해본일이 없습니다.
거기 보살님이, 참배 하실거냐 물어 얼결에 제사 모시고 싶다하니,
반색을 하며, 실은 딱 한자리가 비워있다면 잘왔다 하십니다.
정말, 벽에 붙여진 명단의 젤 아래 구석에 딱 한자리, 이름 붙일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시부모님과 어머니 아버지 이름 서둘러 적어 올립니다. 은근히 마음 속으로 마음에 남아 있는 업보를 탈탈 털어 같이 올립니다.
마침 작은 아들의 생일이 전날이고, 아버지 제사일과 겹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버지 가신 그 해와 양력과 음력이 같은 날입니다.
그런 우연한 일들의 연속으로, 제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 붙잡아 봅니다.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밀쳐 놓고 살았던 , 촛점 없이 다른곳에만 정신이 팔려, 그 존재에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그렇게 외롭게 만들었던 순간들.그런 나를 내려놓고 또 내려 놓고, .. 내려 놓게 해달라고 머리 조아립니다.
재가 끝나고 마당에 나와 허공처럼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데,
호랑나비 한마리가 눈앞에 팔랑거리며 스쳐 날아갑니다.
어머니의 응답인 줄 압니다.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여전히 번뇌가 반복 될 것이지만, 우리 어머니가,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영가님들을 잘 인도하여
좋은 곳으로 가 계시리라는 것은 안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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