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입니다.
병동의 환우 들에게는 가장 지내기가 힘든 계절입니다.
해마다 시설이 걔선이 되고, 편의를 위한 노력을 한다 해도, 자유로이 활동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무덥고 습한 한정된 공간에서의 생활은 예민해지며, 불쾌감을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집단 모임에서 해수욕장의 추억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유도 했습니다.
만성화된 환자의 연령대가 적어야 3-40 대, 대부분 저와 비슷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공통의 정서가 많습니다.
해운대, 연포, 송도, 영일만, 만리포 등등...
저는 여름마다 변산반도의 해수욕장에서 , 3-4일 씩은 보냈습니다.
정원을 초과하여 밀어넣은 승객을 태우고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먼지나는 비포장도로를 서너시간 걸려,
물에 들어가 노는 신나는 몇시간을 제외하면, 소금물을 씻어 낼 샤워 시설도 열악하고,
밤새 모기 뜯기며, 다녀와서는 수주일을 일광화상으로 살갗이 쓰라리며 벗겨지는,
지금의 편리하기 그지 없는 안락한 워터파크에서 보내는 것에 비하면 고생길이나 다름없는 그 해수욕장의 물놀이가
어찌 그리 좋았던건지...
2. 실은 저는 겨울 아이 입니다.
봄이 시작되는 3-4월 부터 기분이 저조하기 시작하여, 여름에는, 지쳐 아주 무거워 집니다.
겨울에 태어나 그렇 다든가,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든가, 비과학적인 말인 것을 알겠습니다만,
아마도, 소심 내향적이라 신학기가 시작 되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다가, 사람을 워낙 싫어 하는 것은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면 정도 들고 재미도 잇어지는 가을이나 겨울에 편해지게 되는
순전 후천적 경험에서의 정서 상태가 각인이 되었을 가능성... 있습니다.
3. 직장이 산에 있다보니, 직원들이 집에서 키우던 애완동물이 자라서 덩치가 커지면,
병원으로 데려와 뜰에 매어놓고 돌보는 일이 간혹 있어서 식구들이 늘어납니다.
중국 원산의 순종 샤페이 탱자君, 삼개월이랍니다.
참 기묘한 印象입니다. 쭈글쭈글한 주름, 쳐진 눈꼬리가 영락없이 고뇌에 찬 슬픈 표정인데,
실은 천방지축, 잠시도 가만히 못있는 활동犬입니다.
이놈은 훨씬 먼저오고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데,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세상은... 역시 불공평 합니다...( 犬 公 의 말씀입니다)
4. 다행히 저녁에 비가 쏟아 졌습니다.
마음이나 저나 한 숨 돌립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기댈데가 있기는 합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여행중인데도, 한 배낭 여행객 소녀가 길을 묻는데, 충동적으로 랭귀지 스쿨의 스웨덴 친구와 나폴리로 향합니다.
마치 국기 처럼, 골목 마다 막 빨아 널어놓은 속옷이 나부끼고 갖가지 종류의 피자, 아이스크림, 불이 이글거리는 화덕, 걷어 올린 소매, 팔뚝에 배인 땀...
알아 듣지 못해도 바로 공감이 가능한 제스춰,, 억센 사투리,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 ..
아, 지금 이나이에도 새롭게 여름이라는 계절을 진심으로 즐기게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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