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의 장하석 교수 강의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온도계의 철학을 사놓고는 수개월 째 - 책장에 꽂아 놓지도 못하고, 방대한 레퍼런스에 지레 질려- 거실에서 굴러 다닙니다.
그런데 그의 강의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한번쯤은 들어본 ,잘 알려진 과학, 철학의 용어와 명제를 들어 설명하는데,
연자 자신이 너무나 재미있어 하면서,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처럼, 흥미진진합니다.
소위 이과 공부를 줄곧 해왔던 젊은 날, 과학 서적도 한때는 재미있게 읽은 적도 있지만,
저는 대체로 이해력이 뒤집니다.
아마 막 글을 혼자서 일기 시작하던 국민학교 저학년 때 어머니가 사주신 두 권의 책
- 지금 생각하면 책을 골라 주는데 , 어머니는 대단히 신중하고 치밀 했으며, 은혜로 생각합니다-
이 하나는 희랍신화이며, 다른 책은 과학책이었습니다. 둘다 어린애 보기에 어려운 수준이었는데
전자의 책은 닳도록 읽었지만, 후자는 제가 거의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원시인 그림 사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 하는데, 그러니 과학사에 관한 것이 아니었나,
아무튼 어머니가 왜 그 책을 읽지 않느냐고 채근하지 않으셨으니, , 자식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지켜 봐주신 것이 아닌가...
장하석 교수는 과학에 대한 기본적 정의, 과학과 과 비과학에 대한 서두로 강의를 시작합니다.
비과학의 예로 미신과 종교를 듭니다.
과학이 비판하고 수정하면서 끝없는 부정을 해결해 나가는것, 그러나 독선적인 면이 과학일 수 도 있다는
포퍼의 비판철학과, 쿤의 과학 혁명등을 예로 듭니다.
그리고, 신의 존재에 대한 데카르트의 해석, 신은 완벽하다, 존재해야만 완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신은 존재한다는..
궤변적 논증을, 말합니다.
저는. 서두에 말한대로 과학적인 사고의 성향은 멀지만 그렇다고 신앙을 갖기에도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끝없이 양면을 진자처럼 탐색해왔던 것 같습니다.
-장하석 교수의 말대로 그러한 나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분명한 진리입니다.하하
아인쉬타인은 질량도 존재도 규정하기 어려운 빛이, 강력한 중력에서 휘어짐을 말했답니다.
즉 태양을 스치는 별빛은 분명히 굴절한다는 것이지요. 시공간 자체에 미치는 물리적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영혼도 그 존재가 있을까, ...
지난주에는 어머니의 백일 탈상의 제사를 절에서 올렸습니다.
저는 늘, 그러는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어머니를 법당에 영구히 모셔야 한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평생 불교에 귀의 하셨던 어머니의 바람일 것이다..., 또 주변에 알고있는 분들도 그러는것이 원칙이라 하는 말을 들었기에.
그러나 긴 제사가 끝나고, 스님이 어머니의 위패를 올려놓은 상을 저에게 주면서, 말씀하십니다.
" 어머니는 이제 여기 법당에 없어요, 좋은 곳으로 가셨어요 완전히 떠나셨습니다...
따님도 이제 어머니를 놓으세요, ..
어머니가 만약에 이승에 혹시 생각이 있으시다면 아라한으로 다시 태어나 중생구제를 하실겁니다.
(우리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실겁니다)"
괄호 안은 제가 머릿속으로 한 생각입니다... 그냥 떠올랐습니다.
마치 쿵 때리는 것 처럼, 전율과 함께, 아, 어머니가 이 법당에도 머무르시는 것이 싫으시는구나... 알았습니다.
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의례적인 멘트일수도 있고, 순전한 제 주관적 생각, 정신 분석적으로는 제 무의식의 소망 일수도,
여러가지 논리적 해석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순간 그자리에서의 제 경험은 너무나도 영력하여 , 어머니의 전언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음력으로 2월 8일은 부처님의 출가재일이며 2월 10일은 어머니의 생신이고 2월 15일이 부처님 열반에 드신 날입니다.
그 일주일간은 절에서 기도를 많이 올리는 기간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의 영혼은 그 힘으로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분명히 존재 한다고 믿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떠나셨고, 저는 이제, 어머니에게 기도를 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기도의 주체가 되어 질겁니다.
그리 하는것이 왠지, 무겁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수순 처럼, 받아 들여지는 , 그런 마음이 듭니다..
어머니는 정신이 아주 맑지 않았던 중에도 책도보고 글도 쓰셨습니다.
보시던 책에서 이런 사진을 오려서 액자에 넣어 제 생일이나 기념할 만한 날에 선물로 주셨습니다.
지장보살님이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