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에 조금 다운된 기분으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출근하는 월요일
신문에 나온 미술 치료의 기사를 보다가,
퐁 하고 샘이 솟는 것 처럼, 다시 그림을 시작 하고 싶어 졌습니다.
올 봄 부터, 저조한 기분에 의욕이 떨어져 붓을 들지 않은 지 한참입니다.
제가 어려서, 친구가 죽을 병에 걸려,
제 몸 어디하나 상해도 좋으니까...친구를 살려달라 하면서,
그래도 손과 눈만은 놔두어 주시기를, 그런 기도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이었지요.
자발적 활동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가장 먼 기억 부터,
그림 그리기는 제 정신생활의 중요한 일이고 놀이였습니다.
잡히는 도구에 , 빈 이차원의 공간만 있으면,
담벼락이고 땅바닥이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조금 자라서는 미대에 다니는 큰언니,
건축 전공의 세째오빠가 정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작은 언니와 막내 오빠도, 대학 입시를 끝내자 마자
화실 부터 등록해서 취미로 그림 그리는 것,
어머니는 전주 시내의 유일한 일본 책 수입서점에서
화집들을 구해 놓았고, 붓이나 물감도 모두 일제로 구입해 주셔서,
거의 어느기간의 공백을 제외하면, 그림그리기에 대한 자극과 열망은 끊이지 않고 지속 되었습니다.
아이엠 에프 사태로 실직 당했을 때 혼자서 집에서 그림그리기가 시작되었고 ,
미국에 있을때는 제인 선생님의 Expressive Art Therapy ,
귀국 후 막내의 대입 이후에 류선생님의 아르숲 화실 까지,
제가 찾아 다녔는지 (Search) 운명의 끌림인지 (Attract) 알 수 없지만,
움추리고 있던 어느 시기가 지나면 그림을 그릴 기회를 다시 만나기를 반복...
순수한 내적 욕구입니다. 기력이 없어지거나..
정말 눈이나 손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기쁨으로 나를 이끌어줄,
그림그리기에 대한 토양을 만들어준, 부모님과 형제들, 선생님들에게... 감사합니다.
개업 하고 있을때, 남아도는 시간에 그린 그림인데, 사실 별로 마음에는 안듭니다.
제인선생님과 같이 한 프리 드로잉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감흥, 정서적 분위기가 잊혀져 가던 때였고 자꾸 옛날의 도식적인 그림그리기로 돌아 가는 듯 해서
피곤하고 그림그리기가 전만큼 즐겁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르 숲 화실에서 다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을 때 많이 기뻤습니다.
2003년 캔버스에 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