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닷가길 3- 문학

torana3 2020. 5. 25. 13:28

1.여행의 설렘은 어디서 잠을 잘 것인지, 무슨 음식을 먹을 것인지를 궁리하고 서취하는 것 부터 시작 됩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서로의 취향을 잘 알고  자연스러운 합의가 가능하여 플랜을 세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보의 서취가  용이하고, 똘똘한 네비게이션 덕분에, 최근 몇년 간은 실패한 일이 없는듯합니다.

제일일의 아침, 지역의 특별식을 기대하며 아침도 거르고 휴게소에서 간단한 요기만으로 시장기를 최대한 달래봅니다.

 법성포의 굴비를 위주로한 한식 정찬을 시작으로 과식으로 인한 불쾌함이 여정의 가벼움을 망칠세라,

배부른 메뉴는 패스하고 철이른 바닷가 관광지에서, 몇가지 주전부리로 저녁 요기.

그 다음 아침에는 조개가 잔뜩 들어간 해장국과 죽으로 ,( 여행중 최고의 성찬으로 꼽습니다)

점심은 행선지 중간에 딱 적당해 보이는 작은 밥집을 발견, 급히 멈추고 ,

허리가 반쯤 굽은, 그러나 젊어 꽤 멋쟁이셨을 곱게 화장하신 할머니의 느린 시중과 

 주방에 혼자  능숙하게 요리하는 할아버지.  서울 살다가 남편 고향 이라 내려와 아랫층 식당을 차리고 위층에 살림집, 

메뉴는 딱하나 투명할 정도로 얇게 부친 야채 부침개 한접시, 콩나물 밥하고 잔치국수는 노란 양푼에 담아내는 세트.

음식의 질보다는 그런 사연들을 즐기며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오로지 그 숙소가 목표였던 안면도의 나문재 팬션에서,  오다가 길거리에서 산, 각종 해물튀김, 겉이 말라버린 김밥

편의점에서 산, 즉석 국물요리 그렇게만 해도 좋습니다.. 아.. 바종류 아이스크림 두개.

세번째날, 비가 오는 수목원과 사유지에 속한 갯벌을 산책하다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찬,

그러나 그리 번잡해 보이지는 않는 팬션의 카페에서 음악과 빗소리를 들으며 샌드위치 아침을 먹었습니다.

 

2. 차를 달려 내려가는 중에 남편은 문득 아래지방으로 갈수록 '흙이 붉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갈아엎은 붉은 흙이 , 빛의 산란 효과로 심은 야채들의 색이 더 짙푸르고,

풍광이  천경자의 그림 그대로입니다. ( 그가 아랫녁 사람인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벽골제는 실망했으나, 제방아래 만들어 놓은 정자에 , 대자로 눕더니' 바람이 달다'합니다.

산소에 들리느라 , 그 길들, 삼십여년 가까이, 이제는 제 고향 만큼이나 익숙한 길들,

사귀고 처음으로 시골의 부모님께 인사 시키러 가는날, 마을 들어서면서 저만치 앞서 가는데,

뒤도 돌아 보지 않습니다. 청년다운 부끄러움인지, 의기 양양함인지,

뒤따라 가면서도 그리 서운하지는 않았으니,  그날도 지금도 그이는 변함이 없으니 믿고 따르면 됩니다.

 고향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수다 스러워집니다. 

어떤 저수지, 마을 제일 부자집은 자기소유의 저수지가 있었다. 그 집 딸이 또래 였는데,

동네의 부잣집 딸은 마을 사내아이들에게는 어떤 존재 였을까..

짐짓 모르는 사이였다는 말이 그다지 믿어지지는 않지만, 까까머리 소년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아직 모내지 않은 들판을 , 차창으로 스쳐 보다가, 농부이신 아버지가 논바닥을 고르느라고

밤새 지게로 흙을 퍼 다 평평하게 만드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뭐 그렇게 까지... 하면서 흉을 봤다고

그러나 그의 세심한 농법으로 벼는 고르고 튼튼하게 자라  젤 많은 수확을  했었다는거,

기본에 충실한 남편은 아버지를 딱 닮았습니다.

 

3. 최근 우리 여행의 주된 경유지의 하나가 문학관 탐방입니다.

아리랑 문학관은 저번 포스팅으로 되었고, 안면도 태안을 꼽으며 애초 계획했던 천리포 수목원과 모래 사구

를 포기하고, 대신 의정부에서 철거해서 옮겨 왔다던 천상병의 집터를 , 물어물어 찾아갑니다.

남편은 보나마나 별 대단할 것이 없을 거라면서도, 제 유난스러운 선호를 아는지라 기꺼이 차를 돌려줍니다.

물론 저는  감격스러웠고 대만족입니다.

 

나는 과연, 시인처럼,  한 많은 삶을 그저 소풍 다녀 왔다 간다고 말하며 떠날 수 있을 것인가...

 

망해사 절마당에 떨어진 꽃 핀 소나무 작은 가지와 , 남편이 만들어준 꽃 팔찌 책갈피에 눌러 놨다가 조합시켜봅니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 내 영혼의 빈터에 /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 내가 죽는 날 / 그 다음날. // 산다는 것과 / 아름다운 것과 /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 한창인 때에 /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 한 마리 새. // 살아서 / 좋은 일도 있었다고 / 나쁜 일도 있었다고 /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 새,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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