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오면서 감정이 요동 칠 만큼 충격적인 인상들이 몇차례 , 기억 합니다.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도 없었던.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중에 첫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 중이었습니다.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앞에 두고 신비로움, 사랑 스러움 또는 기쁨의 감정을 느낄 수도 없이,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양육의 문제는 마치, 어려운 시험을 치뤄야 하는 것 처럼 엄청난 중압감으로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가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느라고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TV에서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많은 어린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작들을 보면서 , 갑자기 알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오래 잊고 있었던 그 사건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최근에
이단의 종교단체가 체육관에서 벌이는 똑 같은 옷을 입고, 환희에 찬 표정으로 chant 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인간들이 각각의 모습에 무관하게 큰 덩어리의 한 부속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경악 스럽습니다.
이렇게 비논리적인 사상에 집단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분명하게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 대부분 역시 문명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적인' 사고 체계를 아무런 주관적 감정 없이 평온하게 인격의 일부로 받아 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신분석가인 크리스토퍼 볼라스 (Christopher Bollas)는 정상증후군 normotic illness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 정상증후군 환자는 비정상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지나치게 건실하고 ,안정적이며, 편안하고, 사회적으로 외향적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주관적 삶에 관심이 없고, 대상의 사물성과 그것의 물질적 현실 또는 물질적 현상과 관련된 사실 자료에 관심이 있다.
그러한 개인은 의미없는 풍요로움의 세계안에서 살아간다."
" 이런 사람은 놀랍게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심리적 탄생의 마지막 단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인 것 처럼 ..
그에게 결여 되어 있는 것은 주관성이며, 주관성은 상징을 사용 할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다."
" 우리는 객관적으로 지각된 현실에 너무 확고히 뿌리 내리는 바람에 주관적 세계와, 사실에 대한 창조적 접근과 접촉하지 못하는,
그 반대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위니코트-" --- 김건종 < 마음의 여섯 얼굴> 중에서
아루숲( Artsoop) 화실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보통의 또래에 비해 주관이 강하고, 내적인 감각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 합니다.
그러나 때로 공공의 교육, 판에 밖은 학습에 익숙하며, 시중의 입시를 위해 매너리스틱한 커리큘럼을 겪었던 아이들이 오게되면 처음에
숲의 방식은, 대단히 무질서 하며, 아름답지 못하고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관적 느낌을 표현하고져하는 욕구가 강한 아이들은 이내 , 거의 아무런 지도 없이도,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래서 ,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며, 숲의 선생들의 화풍과 전혀 상관 없는, 완성도나 실력의 비교가 불가능 한
누가 보아도 그 아이의 작업이 분명한 독특한 색깔이 드러나고, 그를 매개로 서로 간 소통이 가능 해지며 감동을 주고 받습니다.
자신만의 내적인 세계(inner life) 에 대해 궁금해 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훈련이 되어야만
사회가 던지는 강요된 획일성에 의존하다가 그것이 무너져 버렸을 때, 인격이 붕괴해버릴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루숲 구룹 Artsoop G - ( Facebook : Artsoop ) 의 최근 작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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