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물이 항상 흐르지는 않습니다.
먼 바다에서 잡아 당기는 인력이 없는 날은 고요하게 머물러 있습니다.
바람이 실어와 떨군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가 일으킨 미세한 동심원이 간간히 퍼져 나갈 뿐입니다.
강물은 , 저 시원의 계곡 물처럼 맑고 투명 하지 않습니다.
요란한 물소리도, 급작스러운 폭포로 쏟아지는 다이나믹 도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저, 온갖 양분을 다 품은, 탁한 녹빛의 늪처럼, 아주 느리게 나아갑니다. ,
그위에다, 만물은 제 모습을 비추어 봅니다.
겨울 청둥오리가 공중을 선회하다가 강의 수면에 착지 할 때는
사뿐히 내려 앉는 게 아니라, 수상스키를 타는 것 처럼 경쾌하게 스칩니다.
2. 이름 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 져 버렸습니다.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리는 것인지 정말 생각이 안납니다.
구글이나 다른 포털에서 애를 써서 찾아 내기도 하고
대부분은 포기하고 다른 단어로 대신 하기는 하지만, 허전함이 남습니다.
그 단어 중에 하나가 - 얼마전에 기억을 헤집느라고 고통스럽기 까지 헀던- ,
오늘 아침은 신기하게도 튀어 나옵니다.
산이내 입니다. 아침 안개가 높이 오르지 못하고 산 아래 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향을 방문 했다가 잠든 애들을 새벽에 깨워 차에 태우고 돌아 오는 길에 산이 이불 덥고 있다고 스토리 텔링 해주던 기억이 함께 합니다.
3. 시멘트로 덮인 농로를 걸어 오는데 길 한가운데 지렁이 한마리가 꿈틀거립니다.
어스름 새벽에 거기까지 기어 나왔다가 돌연히 솟은 아침 햇살에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듯 합니다.
잡목의 가지 하나 꺽어 슬쩍 들어 올려 이슬 젖은 길가 풀숲에 던져 놓습니다.
4. 오십보 백보 五十步百步
실용적인 중국인들이 좋아 할 만한 말입니다.
그런데 오십보와 백보에는 양심이라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십보를 도망간 사람은 양심에 걸려서, 더 쉽게 무너집니다.
백보를 도망간 사람이 더 잘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 한 번씩 멈추어서서,돌아보고, 소소한 선행을 행할때, 선함을 지향해 나갈 때
가슴에 솟는 충만한 기쁨으로 백보인생에 견줄바 아닙니다..
이상은 오십보 인생의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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