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소리 ( 一色邊) 1
무심한 한 덩이 바위도
바위 소리 들을라면
들어도 들어 올려도
끝내 들리지 않아야
그 물론 검버섯 같은 것이
거뭇 거뭇 피어나야
고목소리 ( 一色邊) 2
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 소리 들을라면
속은 의례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
그 물론 굽은 등걸에
장독(杖毒)들도 남아 있어야 - 적멸을 위하여 . 조오현
옹기흙이라고 씌여진 겉비닐에 먼지가 쌓이고 부석거릴 정도로 오래되어 바람이 들었는지
단단히 굳어 작업이 가능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을 뿌려가며 계속 구멍을 내었더니 , 결국 저렇게 세 동강 나버렸습니다.
아크릴 판위에 올려 본드로 붙여봅니다.
풍파風波가 파고들어 구멍이 나고 검게 변해 버린 육신에 벌레와 함께 썩어 들어가는 고목과 같은,
흔들리지는 않지만, 이미 움직일 수 없도록 굳어 버려, 하등의 생물에게 몸을 내어 주는 바위 .
오래되어 쓸모 없는 것, 한때는 뭐든지 가능 할 것 같았던 에너지를 품고 있던 것,
그 많은 세월 오욕을 견디고, 회한을 쌓고, 많은 것을 잘라 내어주고, 텅 비어버린 .
그런 쓸쓸한 존재가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조금 피곤 합니다.
일색변 一色邊 : 중생과 부처가 일체인 곳. 차별 상대의 모습을 뛰어넘는 절대 평등의 경지. 향상된 극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