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스님의 시집,적멸을 위하여 에는 그림자 이야기가 많습니다.
읽다보면, 세상살이가 죄 드리운 그림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간이야기6
...달빛을 받은 나뭇가지들이 산방 창호지 흰 살결에 얼룩덜룩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본래면목이란 어떤 물건인가?".....괴이적적한 수면에 떠오른 달그림자만 뜷어지게 바라보고....
마침내 달이 기울면서 자기 그림자를 거두어가고 ...흐릿한 안개비가 풀어져 내리자....
물속에 잠긴 달은 바라볼수는 있어도 끝내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구먼....
절간이야기8
...먹물과 징을 먹이지 않고 眞佛을 보아내는 안목이 있었다면 내 진작 망치를 들지 않았을 텐데..
눈을 감아야 얼비치니... 눈만 감으면 바위속에 정좌해있는 부처님이 보이시니...정만 먹이면...
절간 이야기 13 ...바닷속에는 떠흐르는 불국사 그림자가 얼비치고 있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자들) 마니보장전, 법계, 허공계,축생계,...욕계, 미진, 연부단금연잎, 인다라망...
(그림자는 또 다른 그림자들을 한없이 비추어갑니다.)
마치 한계절을 겨우, 밀어낸 상처 투성이의 가이아가,신음하고 통곡하는 듯, 폭우가 내리고 천둥 치는 밤을 지내고
오늘아침, 다 흘러가버린 내 그림자들이 문득 떠오르면서 사무치게 그리습니다.
백중날, 봉은사 연지의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