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과 음식

torana3 2018. 4. 13. 08:52

오빠의 밭에서 뜯어온  한 줌 좀 더 되는 하루나로 겉절이를 만듭니다.

간이 중요한 음식을 만들기가 아직도 서툽니다.( 다시말하면 요리는 젬병입니다.)

양념은 듬뿍 아끼지 말아야 그나마 성공할 수 있다... 젓국이 과했나 봅니다.   짭니다.

일요일 점심, 국수 만들어 갓 무친 겉절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슬그머니 밀어 놓고, 묵은 김치통을 다시 꺼냅니다.


우리 어머니의 음식은  짰습니다.

김장김치나, 젓갈류를 담을 때는 특히, 얼마나 소금으로 범벅을 하는지, 매번 미리 일러드려도.

역시, 다 된 음식의 맛을 보시다가,, "아 소태다" 하면서 멋적어 웃으십니다.

그러나 곧 이어,이래야 익으면 맛있어, 싱거우면, 익기도 전에 버려야 돼.." 하면서 씩씩해지십니다.

때로는 자신의 짠 음식을 성격 탓으로 돌립니다.  내가 좀 독한가봐... 그말은 스스로에게 암시를 주는 것 처럼 들렸습니다.


어머니는 왜 음식을 그렇게 오래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저장 강박이 드셨을까,

당신은  강해야만 한다고 그렇게 수도 없이 꾹꾹 다짐하셨을까..

전쟁 중  서울이 텅텅 비고 인민군이 들어와 주둔 하던 시절에 어머니는 혼자서 양식을 챙겨야 하셨답니다.

이웃에 살던 친구가,, 근처 대학 운동장에 (어머니가 동숭동 근처 사셨다 들었습니다) 공출한 쌀을 무더기로 쌓아 놨다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니 몰래 가질러 가자 하셨답니다. 베주머니 하나 가슴에 품고 졸래졸래(어머니는 자신의 허술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 하시곤 했습니다)

따라가는데, 담장 옆  어둠 속에서  인민군하나가 총을 들고 불쑥, 나타났답니다. ( 귀신이 훅, 나타났다는 것처럼, 어린 저를 깜짝 놀래켯던 장면입니다)

어디가느냐는 다그침을 친구의 임기웅변으로 둘러대고  빙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린 자식들을 안으면, 영영 못볼 번 했다면서 가슴을 쓸었답니다.


" 저녁때까지 우리 식구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 굴뚝에 연기가 난다고 불도 못 때게 하고... 어둡기전에 올케는 풍로에 숲불을 피우고

얼어터져서 순백의 라일락꽃처럼 몽실몽실 피어난 쌀밥을 끓였다. 어린 조카는 넉넉히 먹일 수 있었으나 어른들은 부연 국물로 목구멍만 축였다."

"그 말이 나온건 세끼를 다 수제비 건더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김치국으로만 때운 날 저녁이었다.... 처음엔 보급투쟁이 무슨 소린지 못알아 들었다. 

- 도둑질 보다는 낫게 들리잖아요"

도둑년이 따로 있는게 아니었다. 우리는 그동안에 벌써 이골이 나있었다.꽈배기 장수 집인 것 같았다....

올케는 미제 깡통에 반쯤 남은 비겟덩어리 같은 기름을 발견 했다....기름을 넉넉히 넣고 지진 김치찌개의 맛은 말 할 수 없이 부드러웠고,

육식을 약비나게 하고 난 것 같은 징건하고 느글느글한 포만감..."


박완서는 그의 자전적 연작 소설,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 까에서,

어린시절 고향 개성에서 풍요로운 음식에 대한 추억, 인민군에 의해 강제로 북송 되는길에  탈출하여 다시 서울로 오는 길에 들렀던 시골 농가에서 얻어 먹었던

소박하면서도 푸짐한 한상 의 음식들을  유려한 문체로 묘사해놓습니다.

그의 다른 소설, 도시의 흉년에서 주인공 수연은 악착스럽고 피폐한  어른들을 비판하지만 

욕심 많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맛있는 식사에 대해서는 "  욕조에서 따뜻한 물이 유방까지 차오르는 " 만족감을 느낍니다.


" ... 콩심어미는  부엌 뒤 문간 곁의 뒤안에서 굵은 돌 세개를 솥발처럼 괴어놓고 가마솥  뚜껑을 거꾸로 얹어 연방 기름을 둘러가며, 한 손으로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소맷자락으로 씻어 올리면서 전유어를 지지고 있었다....연한 살코기를 자근자근 칼질하여갖가지 양념을 넣고 고루 간이 잘 밴 쇠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석쇠에 굽는 냄새,같은 쇠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라도도라지가 들어가 참기름에 섞이는 냄새들이 집 안팎은 물론 온 마을 까지 바람타고 내려갔다. ..

저리가 아이고 웬수녀르 것  웃음 끝에 곁에 다가선 콩심이를 보더니 전유어 한 쪽을 찢어 주며 손짓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나머지 쪽을  자기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전유어를 뒤집는다...."

"...치지지이이  치익. 번철에 쇠고기와 갖은 양념을 넣고 참기름을 두르면서 ...서로 섞이어 익어가는 냄새에 양미간을 모은다.

이것은 음식익는 냄새로 맛을 느끼면서 , 잘되어가고 있을 때보여주는 괜찮다는 표시이다."

"무리마다 고운 물을 앉힌 무지개떡이며, 김이 천장을 가리는 붉은 시루떡, 떡가루 사이에 팥고물,콩, 녹두,  계핏가루,  석이 밤, 잣들이 곁들여 있는..."


최명희의 혼불, 첫 챕터의 잔치음식을 준비하는 광경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신산한  여정을  짐작조차 못하는 풍요롭고도 명랑한 삶의 한 단면입니다.

장면은 초례청에 펼쳐지는 병풍의 십장생 그림의 채색,  구름, 아까만한 빛으로 해를 품은 채 .. 음력 시월 초순,, 가을 들판과 바람 등 풍경과 어우러집니다.


어머니는, 동지 팥죽을  잘 만드십니다. 뜨거운 갓 끓인 죽을 큰 다라이에 부어, 장독대에 뚜껑덮어 식혀 놓으면, 동짓달 추운 밤에

얼른 한대접 떠다가 이불 덮어쓰고 동치미 국물 곁들여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이북의 고향에서 빚었던 그 레서피대로의 속이 꽉 찬 주먹만한 만두를  방학 맞추어 빚어 두셨는데, ,

그 해 휴교조치로 모자라는 수업일 수를 채우려고 갑자기 개강 한다는  서울 친구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다시 올라 올 때,

서운해 하시며 싸주셨던 그 만두를 자취방에서 혼자 끓여 먹는데  집에서만큼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제사 날에는 어머니가 일 찍 퇴근 하셔서, 종일 채반 가득 부쳐내는 그 부툼한 육전, 치잣물 들이고 실고추로 꽃 수 놓은 생선전,

한개씩 들고 공연히  집안팎을 폴짝거리며 뛰어 다녔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도저히 넘 볼 수 없는, 경이로운  이야기 속 세상에서 살다 나오신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 가도 어머니의 눈으로 봅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느끼고, 당신의 입 맛으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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