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가 자욱 합니다.
도시의 안개는 , 멀리 들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 하게 합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인지認知는 어느정도 일까,
수도자들이 선정禪定에 들었을 때의 고요함은 , 생성된 사고의 형태인가,
아니면 미세먼지에 엉겨붙은 수증기같은 온갖 번뇌가 사라지는 무의 상태인가.
예상할 수 있는 생의 주기를 순서적으로 대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삶일겁니다.
병원에서 우리가 예쁜 치매라고 명명하는 어른들이 계십니다.
조용히 사그라 드는 것 처럼, 인지 능력이 약해지지만, 잘먹고 잘자는 어린아이처럼
가끔 얼러 드리면, 어린시절에 불렀던 노래도 따라하시고, 간간히 혼동은 하지만, 자손들을 알아 보기도 하는 분들입니다.
기억이 점차 쇠퇴 되는 일은 당연하고도 때로는 축복입니다. 어린애 처럼, 돌봄을 받을 뿐,
집안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걱정거리들은 염려를 놓아도 되는, 지난한 삶을 살아내온 후의 휴식과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에 해당 되는 일입니다. 자손들이야 안타깝기도 하고, 짊어져야 할 부담입니다만...
그러나 그중,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조기에 발병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입니다.
건강하게 잘 살아 오던 중, 중년에 이르러서 스트레스와 능력의 한계로 의기 소침 해지는 것으로, 그저
누구나 한때 겪어야 할, 우울증이겠거니, 하던 것이 - 요즘 처럼 의학의 기술이 발달 했음에도 조기진단을 흔히 놓치고,
운동력, 일상생활을 수행할 능력이 상실 되고서야,
아직은 집안의 가장이며, 노년을 함께 계획하고 기대하던 배우자의 진행적 퇴행을 망연히 보고있어야 하는, 큰 불행입니다.
얼마전에 배우 이승민씨가 기가막히게 연기한 드라마 기억에서 처럼,
기억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 중요한 - 중요하다고 믿으며 치열히 지켜온- 일상의 일들은 다 부옇게 희미해지고,
묻어 두었던 옛날 기억들만,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드라마 에서 처럼, 중요한 일도 아닙니다. 아무 상관도 없고, 그 옛날, 잘 잊어두고 무심했던 일들이,
인지에 선별할 능력이 없어 진 후에, 튀어 나옵니다. 꿈처럼, 안개 속에서 헤메는 것 처럼.
몇년동안 그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들려는 노력을 다 해보고, 요양병원에 맡기러 올 즈음에는
그들의 멋지고 영웅스러웠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들의 가족과 나누는 것밖에 제가 할일이 없었습니다.
안개가 참 짙기도 합니다. 사월인데...
'Psychiat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야기 해보셨어요? (0) | 2017.05.09 |
---|---|
오딧세이 & 오르페우스 (0) | 2017.04.11 |
잃어버린 시간들 (0) | 2017.01.20 |
밤비 Bambi와 올라프Olaf (0) | 2017.01.13 |
時局斷想 (0) | 2016.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