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드라마 보기- 사랑과 야망

torana3 2017. 1. 5. 08:36

제 인생 최고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사랑과 야망입니다.

미망, 토지, 혼블처럼 작가라면 인생에 한번쯤  개성적인 많은 인물 들이 등장하는 대하드라마를 구상 하고 싶을 겁니다.

작가 김수현 역시 그러한 애정으로 제대로 된 사랑과 야망을 리메이크 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1987년 도 처음 방영했을 때 한참 수련중이던 제 동료들과 당직실에서 그 배역들에대한 성격분석을 하면서, 분석가 흉내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이 미국드라마 야망의 계절을 표절했다고는 하지만)

개천과 하수구가 뒤섞인 둑방길, 꽁꽁 얼어붙은 지독하게 추운 겨울, 길가에 뒹구는 연탄재, 막걸리 주전자,

양 옆구리에 팔끼워 넣고 종종 거리며 동네 일 참견하고 다니는 아낙네, 구두닦이, 배경에 깔리는 경음악, 팝송, 라디오의 시그널 뮤직...

은 온전히 우리 기억에 살아있는 그 시대의 재현입니다.

낡은 단벌옷이나마 정갈하게 입고 힘입는 자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이나,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으로, 그러나 결코 비굴할 수는 없는,

옳고 그름이 눈앞에 너무도 분명해서 좌충우돌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 하고 싶어 하는,  

"나는 옳은 일만 한다"고 자신하지만 영리하게 모든 사람 의 입장을 이해하는, 가진 것이 많아 미안하고 양보만 하는 온화한,

끊없이 부정함으로써 자신과 자식들을 채찍질하는 , ...어디서인가 살면서 만났던 그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중간의, 애매 모호한, 비슷한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 갑니다.


가장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집안의 막내 선희의 대사," 사람들은 모두 병에 걸려있어"

 그시대에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욕심이 아니라, 결핍입니다.

현대인들의 병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 아마 치유의 방식도 반대의 방향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해 겨울, 우리 세자매가 대중 목욕탕에 같이 다녀오는 길에 사진관에 들러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풍으로 낙서해서, 포토샵 해봅니다.

남들처럼, 사이가 각별한 자매는 아니었지만, 제 여성성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겨울, 애잔한 그리움이 마음에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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